한때 한국은 세계 게임산업을 이끄는 국가로 평가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성적표는 초라합니다. 2024년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2%에 그쳤습니다. 2019년 5위에서 2020년 4위로 올라선 뒤, 수년째 4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은 무섭게 치고 나갔습니다. 중국 게임의 시장 점유율은 20.9%에서 24.2%로 상승하며 미국을 제치고 처음으로 글로벌 1위에 올랐습니다. 중국 게임 매출은 약 533억달러에 달했습니다. 막대한 자본과 개발 인력을 앞세운 ‘물량 공세’가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입니다.
일본은 콘솔게임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며 10%의 점유율을 유지했습니다. 닌텐도와 소니, 주요 게임 지식재산권(IP)을 중심으로 탄탄한 이용자층과 글로벌 브랜드를 확보한 덕분입니다. 이처럼 中 치고 나가고 日 버티는데…한국의 처참한 성적표는 한국 게임산업의 정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개별 기업의 경쟁력은 더 큰 문제입니다. 글로벌 게임사 매출 상위 10위 안에 한국 게임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미국 기업이 6곳, 중국과 일본 기업이 각각 2곳씩 이름을 올렸고, 한국 기업은 14위에서야 넥슨이 등장합니다.
한국 게임이 4위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로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중심의 개발 전략이 꼽힙니다. 게임 내 결제를 유도해 단기간에 매출을 올리는 방식에 집중하면서, PC·콘솔과 새로운 장르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늦었습니다. 익숙한 성공 방식을 반복하는 사이 글로벌 이용자가 원하는 다양성과 완성도를 놓친 셈입니다.
결국 한국 게임산업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신작 출시가 아닙니다. 세계 이용자가 오랫동안 기억하고 소비할 수 있는 슈퍼 IP를 만들어야 합니다. ‘배틀그라운드’로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크래프톤처럼, 한국 게임사들이 장르와 플랫폼을 넓히고 게임을 넘어 애니메이션·영화·웹툰·굿즈로 확장할 수 있는 IP를 확보해야 7.2%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살아남을 열쇠는 슈퍼 IP와 과감한 신작이다 — 中 치고 나가고 日 버티는데…한국의 처참한 성적표
한국 게임산업에 아직 반전의 기회는 남아 있다. 배틀그라운드와 붉은사막이 보여준 것처럼, 세계 시장을 겨냥한 게임 하나가 기업의 운명은 물론 산업 전체의 생태계까지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또 하나의 글로벌 슈퍼 IP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모바일 MMORPG 의존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게임의 가장 큰 과제는 특정 장르와 수익모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일이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은 모바일 MMORPG와 확률형 아이템, 반복적인 결제 유도에 집중해 비교적 빠르게 매출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글로벌 이용자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드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실제로 2024년 한국 게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2%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점유율을 24.2%까지 끌어올리며 미국을 제쳤고, 일본은 콘솔게임을 중심으로 10%의 점유율을 지켰다. ‘中 치고 나가고 日 버티는데…한국의 처참한 성적표’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제는 단기 매출을 올리는 게임보다 오랜 기간 성장할 수 있는 작품에 투자해야 한다. PC와 콘솔, 모바일을 아우르는 멀티플랫폼 전략과 액션·어드벤처·생존·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장르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
배틀그라운드와 붉은사막이 보여준 가능성
한국 게임사에도 글로벌 성공의 사례는 있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로 세계적인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게임 IP를 PC와 콘솔 중심으로 확장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매출의 93.6%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펄어비스 역시 붉은사막을 통해 서구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올해 2분기 해외 매출 비중이 91%에 달한 것은 처음부터 글로벌 이용자를 염두에 둔 개발과 마케팅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국내 시장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세계 이용자가 공감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게임성과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했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IP 확장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하나의 히트작을 산업 생태계의 선순환으로
슈퍼 IP는 단순히 게임 한 편의 성공을 뜻하지 않는다. 강력한 캐릭터와 세계관을 확보하면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굿즈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다. 기존 이용자의 충성도와 브랜드 인지도가 후속 사업의 초기 동력이 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는 실패를 감수하는 개발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대형 신작에 도전해야 개발 인력이 모이고, 투자금이 유입되며, 성공 경험이 다시 새로운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크래프톤이 여러 신작을 동시에 개발하고 미개척 장르에 도전하는 것도 이러한 선순환을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정부와 업계의 역할도 중요하다. 중소 개발사가 장기간 개발비를 감당할 수 있도록 투자를 확대하고, 해외 진출과 콘솔·PC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대기업의 성공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스튜디오가 독창적인 게임을 실험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한국 게임산업의 미래는 과거의 성공작을 얼마나 오래 활용하느냐가 아니라, 다음 슈퍼 IP를 얼마나 과감하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익숙한 방식으로 안전하게 버티는 전략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통할 새로운 게임에 자원과 인재를 집중하는 결단이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648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