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음은 삐끗 새고, 정확한 음을 짚기도 쉽지 않다. 오늘날의 호른보다 연주자의 힘과 섬세한 조절을 더 많이 요구하는 악기, 19세기 빈 호른이다. 그런데도 빈 필하모닉은 왜 이 불편한 악기를 놓지 않을까?
답은 완벽한 음을 내는 데 있지 않다. 빈 호른에는 오래된 자연 호른의 숨결이 남아 있다. 음과 음 사이에 미세한 흔들림이 생기고, 소리는 세기에 따라 색을 바꾼다. 그 특유의 따뜻하고 아슬아슬한 음색은 현대 호른으로는 쉽게 대신할 수 없다. 빈 필이 지켜온 것은 악기만이 아니라 그 악기가 들려주는 ‘빈의 목소리’다.
빈 오보에도 마찬가지다. 세계 대부분의 오케스트라가 오래전에 다른 악기로 바꾸었지만, 빈 필하모닉은 두 악기를 대대로 이어왔다. 공연마다 골라 쓰는 도구가 아니라 악단의 정체성을 이루는 소리이기 때문이다.
그 차이는 브람스 교향곡 2번에서 특히 선명하게 드러난다. 1악장 끝자락에서 빈 호른은 길고 깊은 노래를 홀로 이어간다. 한 음을 오래 머금다가 다음 음으로 건너가는 동안, 소리는 속삭임에서 벅찬 울림으로 변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옛 악기를 고집하는 이유가 바로 이 순간에 담겨 있다. 빈 필의 소리는 악보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켜온 악기와 연주 전통에서 완성된다.
피아노의 첫 인사에서 호른의 긴 노래까지, 19세기 빈 호른 고집…빈 필은 소리부터 다르다
협주곡의 첫마디를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피아노가 먼저 건넨다면 어떨까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은 독주 피아노가 홀로 조용히 화음을 짚으며 문을 엽니다. 이어 피아노는 오케스트라와 대화를 시작하고, 특히 1악장에서는 현악기와 목관이 차례로 응답합니다. 독주자의 연주뿐 아니라 그 말을 받아 이어가는 악기들의 음색에도 귀를 기울여 보세요. 빈 필하모닉의 빈 오보에가 들려주는 색채도 한층 또렷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브람스 교향곡 2번에서는 빈 호른이 긴 노래를 들려줍니다. 낮은 현악기의 세 음에 이어 포근하게 등장하는 호른은, 1악장 끝자락에서 깊고 긴 선율을 홀로 이어갑니다. 현대의 호른보다 연주하기 까다롭고 더 많은 힘이 필요한 19세기 빈 호른. 하지만 그 숨결과 음색의 변화는 이 악기만의 매력입니다.
빈에서 태어난 음악을 빈의 악단이 고유한 소리로 되살리는 순간, 왜 빈 필하모닉이 낡고 까다로운 악기를 놓지 않았는지 선명해집니다. 피아노의 첫 인사에서 시작해 호른의 긴 노래로 이어지는 두 작품에서, 빈 필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5463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