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은 사원부터 전무까지 10단계였지만, 실제 역할과 직무능력이 직급이나 보상에 제대로 반영되지는 않았습니다. 직급이 높을수록 발언권이 커지는 분위기는 프로젝트에서 기술적 판단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죠.
A사는 이 오래된 공식을 바꾸기 위해 직급과 호칭, 역할을 분리했습니다. 처우 기준은 직무능력에 따라 L1~L8로 나누고, 성장 경로는 관리 역할을 맡는 ‘매니저 트랙’과 전문성을 키우는 ‘개발 전문가 트랙’으로 마련했습니다. 팀장이 되지 않아도 높은 레벨에 도달하고,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레벨업은 정해진 미션을 수행하고 배지를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보상 기준도 레벨별 페이밴드로 정비해 시장 임금 수준과 직무가치를 반영했습니다. 구성원이 자신의 성장 경로와 보상 기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셈입니다.
그 결과, 제도 도입 후 1년 만에 이직률은 5.5%에서 0.9%로 낮아졌습니다. 매출과 영업이익도 개선됐지만, 이를 인사제도 개편만의 효과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성장 경로와 보상을 분명히 제시한 변화가 구성원이 회사를 떠나는 이유를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팀장 안 달아도 괜찮아…연봉 더 받는 직원들, 이직 멈췄다: 레벨은 새 서열이 아니라 성장의 증거
레벨만 새로 만들었다면 A사의 제도도 또 다른 줄 세우기에 그쳤을지 모릅니다. 회사는 레벨을 평가 등급이 아니라 성장 경로로 설계했습니다. 관리자가 되는 길과 전문성을 쌓는 길을 나누고, 팀장이 아니더라도 높은 레벨에 올라 그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장은 구체적인 미션과 배지로 확인했습니다. 매너·애티튜드 항목으로 구성된 기본룰을 통과한 뒤 공통·직무·프로젝트 미션을 수행해 배지를 모으는 방식입니다. 레벨업은 연 2회 진행하며, L5 이상은 별도 위원회 심의를 거칩니다. 구성원이 성장 미션을 선택하고 스스로 역량을 입증하도록 한 점이 핵심입니다.
보상 기준도 레벨과 연결했습니다. 개발직과 비개발직의 페이밴드를 나눠 시장 임금 수준과 직무가치를 반영했습니다. 역할과 역량이 커지면 관리자 직책을 맡지 않아도 보상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구조입니다. ‘팀장 안 달아도 괜찮아…연봉 더 받는 직원들, 이직 멈췄다’는 변화는 직책 중심의 성장 공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제도 도입 이후 매출은 2024년 716억원에서 지난해 916억원으로 27.9% 늘었고, 영업이익은 5억원 적자에서 15억원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직률도 5.5%에서 0.9%로 낮아졌습니다. 경영성과를 임금체계 개편만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명확한 성장 경로와 보상 기준이 구성원의 이탈을 줄이는 데 힘을 보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레벨제의 성패는 이름이나 단계 수보다 구성원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등급을 매기는 장치가 아니라 성장 목표와 기회를 제시하는 플랫폼이 될 때, 레벨은 서열이 아닌 성장의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305908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