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시계의 상징은 오랫동안 금이었습니다. 그런데 루이 비통은 익숙한 옐로 골드 대신 세라믹을 택했습니다. 금의 빛을 대신한 건 가볍고 단단한 소재, 그리고 그 소재를 다루는 까다로운 기술입니다. 왜 시계 업계는 무브먼트 밖의 소재에 주목하고 있을까요?
루이 비통은 새 몬테레이 컬렉션에 그린과 글로시 블랙 세라믹 모델을 더합니다. 몬테레이는 1988년 처음 선보인 시계의 애칭으로, 조약돌처럼 둥근 케이스와 12시 방향의 크라운이 특징입니다. 이번 제품은 원작의 디자인을 이어가면서 소재를 세라믹으로 바꿨습니다. 내부에는 배터리식 쿼츠 대신 손목의 움직임으로 태엽을 감는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세라믹은 스크래치와 부식에 강하고, 시간이 지나도 녹슬 걱정이 적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색과 형태를 만드는 과정은 만만치 않습니다. 루이 비통은 세라믹 가루에 지르코늄 산화물과 안료를 섞어 압축한 뒤 형태를 만들고, 1000도 이상에서 굽습니다. 고온에서 소재가 수축하고 뒤틀릴 수 있어 완성 크기를 미리 계산해야 합니다. 구운 뒤에는 기계로 다시 깎기 어려워 장인이 손으로 갈고 광을 냅니다.
색을 구현하는 과정도 정교합니다. 다이얼의 글자와 눈금을 찍을 때마다 굽는 작업을 거치며, 문제가 생기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루이 비통의 그린 다이얼은 원하는 색조를 찾기 위한 안료 배합과 테스트에만 4주가 걸렸습니다. 반짝이는 시계 표면 뒤에 고온의 열과 반복되는 수작업이 숨어 있는 셈입니다.
소재 경쟁은 루이 비통에 그치지 않습니다. 롤렉스는 요트-마스터 42에 브랜드가 자체 기준으로 엄선한 RLX 티타늄을 적용했습니다. 가볍고 부식에 강한 티타늄은 가공과 마감이 까다로워 별도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IWC는 티타늄과 세라믹의 장점을 결합한 세라타늄을 개발했고, 위블로는 선명한 색상의 세라믹을 구현하는 기술로 차별화를 시도했습니다.
명품 시계의 가치는 여전히 금과 귀금속으로만 설명되지 않습니다. 소재의 색과 무게, 착용감을 달리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장인정신도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금빛 왕좌에서 내려온 시계 업계의 시선은 이제, 익숙한 금속 너머의 소재를 얼마나 정교하게 다루느냐를 향하고 있습니다.
금은 옛말…명품 시계들이 이것에 꽂힌 이유, 소재 기술의 경쟁
시계의 가치를 가늠하는 기준이 금의 무게에서 첨단 소재를 다루는 기술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가벼움과 강도, 색감은 물론 극한 환경을 견디는 성능까지 소재가 새로운 차별점이 된 겁니다.
롤렉스는 대표 모델 요트-마스터 42에 자체 기준으로 엄선한 5등급 티타늄 합금 ‘RLX 티타늄’을 적용했습니다. 오이스터스틸 모델보다 무게가 약 3분의 1 수준으로 가볍습니다. 티타늄은 가볍고 부식에 강하지만 단단해 가공과 마감이 까다롭습니다. 롤렉스가 소재에 맞춘 생산 공정과 표면 처리 기술을 개발한 이유입니다.
IWC는 티타늄의 가벼움과 세라믹의 특성을 결합한 자체 소재 ‘세라타늄’으로 한발 더 나아갔습니다. 우주비행용 시계에는 흰색 세라믹 케이스와 세라타늄 부품을 함께 적용했고, 미국 우주기업 바스트의 유인 우주비행용 인증도 획득했습니다. 소재 선택이 디자인을 넘어 실제 임무에 필요한 성능으로 이어진 사례입니다.
색으로 세라믹의 한계를 넓힌 브랜드도 있습니다. 고온에서 안료가 타거나 변색되기 쉬워 검정과 흰색이 주를 이뤘던 세라믹에 위블로는 빨강, 노랑, 주황을 입혔습니다. 열과 압력을 조절해 선명한 색을 구현하는 기술을 개발한 결과입니다.
금은 여전히 고급 시계의 상징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가볍고 견고한 티타늄을 정교하게 깎고, 세라믹에 원하는 색을 입히며, 우주 환경까지 견디도록 만드는 기술도 가치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명품 시계의 다음 경쟁은 결국 아무나 다룰 수 없는 소재를 얼마나 완성도 높게 구현하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32805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