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의 리튬배터리 생산량은 1755.6GWh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1~7월 새로 계약된 증설 프로젝트의 생산능력은 무려 2608.5GWh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한 해 생산량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투입된 투자액만 4469억4000만 위안, 우리 돈 약 89조원입니다.
문제는 이 공장들이 아직 대부분 가동조차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현재 건설 중인 생산능력은 1217GWh, 계획 단계에 머문 규모는 1229.82GWh에 이릅니다. 이미 공급이 넘치는 상황에서 추가 공장 건설이 줄을 잇자, 중국 정부가 마침내 제동을 걸었습니다.
공급과잉이 부른 ‘네이쥐안’의 악순환
중국 배터리 업계는 전기차와 ES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려왔습니다. 지방정부 역시 세수와 일자리 확보를 위해 보조금과 토지를 제공하며 공장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늘면서 기업 간 가격 인하 경쟁이 심해졌습니다. 중국에서 ‘네이쥐안’으로 불리는 출혈 경쟁입니다. 범용·저가 배터리는 넘쳐나는데, 판매처를 확보하지 못한 설비가 늘어나면서 공장 가동률과 수익성은 동시에 악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전국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과 실제 가동률을 조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앞으로는 공장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가 아니라, 기존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가 신규 증설의 기준이 됩니다.
신규 인허가 중단…효율 높은 기업만 살아남는다
중국 정부는 최근 전기차·ESS용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의 관련 인허가를 사실상 잠정 중단했습니다. 조기경보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지방정부가 신규 사업 승인을 내리지 못하도록 한 것입니다.
연말에는 기업별 가동률과 효율성을 평가해 기준을 충족한 기업에만 추가 증설을 허용할 계획입니다. CATL, BYD, 고션하이테크, CALB, EVE에너지, 선와다 등 주요 6개 기업도 향후 3년간 고효율 발전계획을 마련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이번 조치는 단순히 공장 수를 줄이려는 정책이 아닙니다. 저효율 설비와 무분별한 투자를 정리하는 동시에,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려는 전략에 가깝습니다. 다만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나 BYD의 차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처럼 신기술 제품까지 일괄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결국 중국의 초강수는 “배터리 그만 만들어”라는 공급 억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과잉설비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선두 기업의 지배력은 오히려 더 커지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소수 강자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배터리 그만 만들어…중국, 89조 쏟아붓더니 초강수: 공급과잉 정리인가, CATL·BYD를 더 강하게 만드는 산업 재편인가
중국의 칼끝은 모든 배터리 기업을 향하고 있지 않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신규 공장을 일괄적으로 막는 데 있다기보다, 이미 지어진 설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지에 따라 증설 자격을 가리겠다는 데 있다.
저가·저효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은 신규 투자 기회를 잃거나 구조조정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높은 가동률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는 오히려 시장을 넓힐 공간이 생긴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무너지는 동안에도 안정적으로 생산하고 수익을 내는 기업을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겠다는 의미다.
저효율 설비는 줄이고, 선두 기업은 선별 지원
중국이 올해 새로 계획된 배터리 생산능력만 2608.5GWh에 달하자 생산능력 통제에 나선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중국 전체 리튬배터리 생산량의 약 1.5배에 해당하는 규모가 한꺼번에 추가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수가 아직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건설 중인 생산능력과 계획 단계의 생산능력을 합치면 신규 계획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요가 충분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정부와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공장부터 늘린 셈이다.
중국 정부는 이제 연말 가동률 평가를 통해 다음 증설에 참여할 기업을 선별할 방침이다. 특히 CATL, BYD, 고션하이테크, CALB, EVE에너지 등 주요 기업에는 향후 3년간 고효율 발전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 계획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선두 기업도 무제한 증설을 허용받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배터리 가격 경쟁은 끝날까
이번 정책이 정착되면 범용 배터리를 중심으로 한 출혈 경쟁은 다소 완화될 수 있다. 공급이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 가격을 낮추는 ‘네이쥐안’이 중국 배터리 업계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곧 중국산 배터리의 글로벌 공세가 약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산효율과 기술력이 검증된 CATL·BYD 같은 기업은 경쟁사가 줄어든 시장에서 오히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저효율 업체의 퇴출이 선두 기업의 점유율 확대로 이어지면, 산업 전체의 공급은 줄어도 대형 기업의 협상력은 강해질 수 있다.
더구나 중국 배터리 시장은 범용 제품의 공급과잉과 차세대 제품의 공급부족이 동시에 나타나는 구조다. BYD의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와 CATL의 나트륨이온 배터리처럼 기술 전환이 진행되는 분야까지 일괄적으로 억제할 경우, 필요한 신제품의 증산이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결국 이번 초강수는 단순한 생산량 감축 정책이라기보다 중국 배터리 산업의 옥석 가리기에 가깝다. 중국 정부가 저가·저효율 설비를 정리하면서도 핵심 기업의 기술 개발과 생산 확대를 허용한다면, 배터리 가격 경쟁은 완화될 수 있지만 중국 대기업의 독주는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18764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