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 매출 상위권을 보면 여전히 MMORPG의 영향력은 압도적입니다. 대규모 전투, 길드 경쟁, 성장 중심의 과금 구조는 오랫동안 시장의 가장 안정적인 흥행 공식으로 작동해 왔습니다. 모바일에서 MMORPG는 단순한 장르가 아니라, 매출과 라이브 서비스의 기준점에 가까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시장 전체를 넓게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PC와 콘솔에서는 전략 RPG, 서브컬처, 협동 호러처럼 서로 다른 취향을 겨냥한 게임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의 장르가 모바일 시장을 지배하는 동안, 다음 변화의 출발점은 오히려 주변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특히 전략성과 직접 조작의 재미를 앞세운 전술 RPG, 캐릭터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서브컬처 게임, 여러 이용자가 함께 긴장감을 공유하는 협동 호러는 기존 MMORPG와 다른 플레이 경험을 제안합니다. 이들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오래 붙잡아 두기보다, 각자의 취향에 맞는 깊은 몰입과 커뮤니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이 흐름은 한국 게임 시장이 더 이상 하나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기만 하는 단계에 머물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모바일 MMORPG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새로운 장르와 플랫폼에서 축적되는 실험은 미래 시장의 기준을 바꿀 수 있습니다. 결국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왕국의 크기보다, 그 바깥에서 어떤 새로운 게임 경험이 자라나고 있는가입니다.
게임 속으로 들어온 웹툰과 애니메이션: IP가 새로운 세계를 설계하는 방식
이제 게임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처음부터 구축하는 방식만으로 승부하지 않습니다. 이미 독자와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웹툰·만화·애니메이션의 세계관이 게임의 출발점이 됩니다. 익숙한 캐릭터와 서사, 팬덤은 단순한 홍보 수단이 아니라 게임의 전투 구조와 콘텐츠 방향을 결정하는 설계도가 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웹젠이 개발 중인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LAST STAGE’입니다. 네이버웹툰 인기작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은 원작의 탐사, 방어전, 영지 경영 요소를 지휘 전략 RPG로 재구성했습니다. 캐릭터를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파티 조합과 직접 지휘, 전술적 판단을 통해 원작의 긴장감을 게임 플레이로 옮기는 것이 핵심입니다. 웹툰 IP가 단순히 등장인물의 외형만 빌려오는 단계에서 벗어나, 세계관의 규칙과 재미를 시스템으로 번역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 IP 역시 게임 시장에서 강력한 확장성을 보여줍니다. 넷마블의 ‘샹그릴라 프론티어’ 기반 태그 배틀 RPG는 원작의 약점 공략과 콤보 중심 전투 감각을 여러 캐릭터를 교대하는 태그 시스템으로 구현합니다. 원작 팬에게는 익숙한 전투의 쾌감을, RPG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조합과 성장의 재미를 제안하는 방식입니다. 하나의 IP가 팬덤 콘텐츠와 플레이 경험을 동시에 연결하는 셈입니다.
콜라보레이션도 한층 깊어지고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원펀맨’의 협업은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스킨으로 넣는 수준을 넘어, 이벤트와 테마 콘텐츠를 통해 게임 안에 새로운 분위기와 이야기를 더합니다. 이용자는 전장에서 익숙한 영웅을 만나고, 원작 팬은 자신이 좋아하던 세계가 다른 장르의 게임 안에서 어떻게 변주되는지 경험합니다.
이 흐름은 레트로 IP에도 적용됩니다. 과거 모바일 게임으로 사랑받았던 ‘제노니아 2’가 Steam 출시를 준비하는 사례는, 오래된 추억을 현재의 PC 플랫폼과 글로벌 유통망으로 다시 연결하려는 시도입니다. 익숙한 이름은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플랫폼은 기존 팬과 신규 이용자가 만나는 접점을 넓힙니다.
결국 IP 기반 게임의 경쟁력은 ‘유명한 원작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원작의 감정, 관계, 전투 방식, 세계관의 규칙을 얼마나 게임다운 경험으로 바꾸느냐가 중요합니다. 웹툰 캐릭터가 전장을 지휘하고 애니메이션 영웅이 배틀그라운드에 등장하는 지금, IP는 더 이상 원작이 아니라 새로운 게임 세계를 여는 출발점이 되고 있습니다.
MMORPG 다음에는 무엇이 오는가: 한국 게임의 장르 실험
다음 세대의 한국 게임은 거대한 세계에서 끝없이 경쟁하는 방식만으로 승부를 보지 않을지 모릅니다. 한 번의 지휘로 전황을 뒤집고, 한 번의 태그 교체로 콤보를 완성하며, 한 번의 협동으로 공포를 탈출하는 경험이 새로운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는 여전히 MMORPG의 영향력이 강력합니다. 하지만 PC·콘솔·Steam을 중심으로 전략 RPG, 태그 배틀, 협동 호러, 서브컬처 게임처럼 서로 다른 재미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늘고 있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더 큰 세계’가 아니라 ‘더 선명한 플레이 경험’에 있습니다.
지휘의 재미를 앞세운 전략 RPG 게임
웹젠의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LAST STAGE’는 이런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입니다. 원작 웹툰의 탐사·방어전·영지 경영 구조를 가져오되, 단순한 캐릭터 수집형 게임이 아니라 파티 구성과 직접 지휘를 결합한 전술 RPG로 재해석했습니다.
이 장르의 핵심은 빠른 성장 경쟁보다 판단의 밀도에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를 배치할지, 어느 전선을 먼저 막을지,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MMORPG가 장기적인 육성과 커뮤니티 경쟁에 강점이 있다면, 전략 RPG는 짧은 시간 안에 깊은 선택의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태그 배틀 게임, 조작과 공략의 결합
넷마블의 ‘샹그릴라 프론티어’는 캐릭터를 교대하며 전투를 이어가는 태그 배틀 RPG를 내세웁니다. 원작이 가진 약점 공략과 콤보 중심의 재미를 게임 시스템으로 옮기려는 시도입니다.
태그 배틀은 단순히 강한 캐릭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적의 패턴을 읽고, 적절한 순간에 캐릭터를 교체하며, 기술 연계를 완성해야 합니다. 이는 액션 게임의 손맛과 RPG의 성장 요소를 함께 원하는 이용자에게 매력적인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PC와 모바일을 함께 지원하는 크로스플랫폼 설계는 원작 팬과 코어 게이머를 동시에 겨냥합니다. 짧게 즐길 때는 모바일로, 정교한 조작이 필요할 때는 PC로 접근할 수 있다는 점도 경쟁력입니다.
함께 무서워지는 협동 호러 게임
협동 호러는 경쟁보다 공조를 전면에 내세우는 장르입니다. 라인게임즈의 ‘코드 엑시트’처럼 여러 이용자가 공포 상황을 함께 돌파하는 게임은, 혼자 플레이하는 호러와 다른 긴장감을 만듭니다.
이 장르에서 공포는 단지 괴물을 보는 순간에만 생기지 않습니다. 동료와 떨어졌을 때, 누군가 구조를 기다릴 때, 제한된 정보 속에서 탈출 경로를 선택할 때 더 크게 증폭됩니다. 스트리밍과 영상 콘텐츠에 익숙한 이용자에게도 협동 호러는 ‘보는 재미’와 ‘함께하는 재미’를 모두 제공할 수 있습니다.
Steam을 중심으로 글로벌 이용자를 먼저 만나는 전략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한국 게임사가 국내 MMORPG 문법에서 벗어나, 세계 PC 게임 시장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탐색하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서브컬처 게임이 넓히는 신규 IP의 가능성
서브컬처 게임은 이제 일부 팬만을 위한 작은 시장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독자적인 캐릭터 디자인, 세계관, 음악, 팬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IP를 구축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국내 게임사들이 서로 다른 스타일의 서브컬처 신작을 내놓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알려진 대형 IP에 기대는 대신, 새로운 캐릭터와 세계관으로 팬덤을 처음부터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공한다면 게임을 넘어 애니메이션, 굿즈, 음악, 오프라인 행사로 확장할 여지도 큽니다.
유행이 아니라 ‘선택지의 확장’
전략 RPG, 태그 배틀, 협동 호러, 서브컬처 게임이 MMORPG를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MMORPG는 여전히 강력한 매출 구조와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한국 게임 시장의 다음 변화는 하나의 장르가 다른 장르를 밀어내는 방식보다,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선택지가 늘어나는 방향에 가까울 것입니다. 무한 경쟁의 세계를 원하는 이용자도 있고, 한 번의 전략적 판단과 한 번의 완벽한 협동에서 더 큰 재미를 느끼는 이용자도 있습니다.
결국 다음 세대의 한국 게임은 더 넓은 맵이 아니라, 더 다양한 플레이 방식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게임의 첫 관문이 바뀐다: H5·Steam·크로스플랫폼
게임을 하기 위해 앱을 내려받는 일조차 번거롭게 느끼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제 이용자는 “어떤 게임인가?”를 보기 전에 “지금 바로 실행할 수 있는가?”를 먼저 판단합니다. 클릭 한 번으로 시작하는 H5 게임부터 PC와 모바일에서 플레이를 이어가는 크로스플랫폼 타이틀까지, 게임 유통의 출발점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설치 없는 게임, H5가 만드는 즉시성
H5 게임은 HTML5 기반으로 제작돼 별도 앱 설치 없이 웹 브라우저나 기존 앱 안에서 바로 실행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긴 다운로드와 회원가입, 업데이트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입니다.
카카오와 토스에 이어 원스토어까지 H5 게임 유통에 참여하면서, 국내 시장에서도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메신저나 결제 앱처럼 사용자가 매일 접속하는 서비스 안에 게임을 넣으면, 게임은 더 이상 별도의 목적지를 찾아가는 콘텐츠가 아닙니다. 잠깐의 대기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자연스럽게 즐기는 일상형 콘텐츠가 됩니다.
이 흐름은 특히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캐주얼 게임, 광고 기반 게임, 부분 유료화 모델과 잘 맞습니다. 앱 설치의 장벽을 낮춘 만큼, 이용자 유입의 문은 넓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쉽게 시작하는 게임일수록 초반 재미와 재방문 설계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Steam은 글로벌 코어 게이머의 관문
반대로 깊이 있는 게임 경험을 원하는 이용자에게는 Steam이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 라인게임즈의 협동 호러 신작 ‘코드 엑시트’가 Steam 글로벌 테스트를 중심으로 이용자와 만나는 방식은, 국내 게임사가 PC 기반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Steam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닙니다. 데모와 테스트, 커뮤니티 반응, 방송 콘텐츠, 이용자 평가가 한데 연결되는 플랫폼입니다. 개발사는 출시 전부터 글로벌 이용자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고, 이용자는 게임의 완성도와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컴투스홀딩스가 과거 모바일 인기작 ‘제노니아 2’를 Steam으로 선보이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입니다. 오래된 IP를 PC 환경에 맞춰 다시 소개함으로써, 기존 팬에게는 추억을, 신규 이용자에게는 새로운 액션 RPG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시작한 게임을 어디서나 이어서
크로스플랫폼은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니라 게임 수명을 늘리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습니다. PC와 모바일을 함께 지원하는 ‘샹그릴라 프론티어’ 태그 배틀 RPG처럼, 하나의 IP를 여러 기기에서 즐기게 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용자는 집에서는 큰 화면과 정교한 조작으로 플레이하고, 밖에서는 모바일로 일일 과제나 캐릭터 성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기기에 따라 플레이 방식은 달라져도, 게임 세계와 계정 경험은 끊기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게임이 크로스플랫폼에 적합한 것은 아닙니다. PC와 모바일의 조작 환경, 화면 크기, 과금 구조, 경쟁 공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이용자 접점이 분산된 지금, 어느 한 플랫폼에만 머무는 전략은 점점 더 큰 제약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앞으로의 게임 경쟁력은 콘텐츠 자체뿐 아니라 얼마나 쉽게 시작하고,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H5는 진입 장벽을 낮추고, Steam은 글로벌 코어 이용자와 연결하며, 크로스플랫폼은 플레이 시간을 일상 속으로 확장합니다. 게임의 첫 화면은 이제 앱스토어 하나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게임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코드만이 아니다
게임 산업의 다음 경쟁력은 단순히 더 화려한 그래픽이나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더 빠르게 개발하고, 더 오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힘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AI는 출시 주기를 줄이고, 교육 프로그램은 미래의 개발자와 새로운 IP를 준비합니다.
AI가 바꾸는 게임 개발의 속도
라이브 서비스 게임에서는 업데이트 속도와 운영 효율이 곧 경쟁력입니다. 팍시게임즈가 AI를 활용해 다수의 게임을 빠르게 개발·출시하는 흐름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AI는 기획 단계의 아이디어 정리부터 아트 제작 보조, QA 테스트, 이용자 데이터 분석까지 폭넓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 업무를 줄여 개발팀이 재미와 완성도에 더 집중하도록 돕는다는 점입니다.
특히 캐주얼·소셜 게임처럼 빠른 실험과 개선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AI 기반 제작 환경이 시장 대응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게임 생태계는 인재를 키우는 곳에서 시작된다
좋은 게임은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습니다. 창의적인 개발자, 실험할 수 있는 환경, 실패를 경험할 기회가 오랫동안 쌓여야 새로운 IP도 나올 수 있습니다.
크래프톤이 고교생과 글로벌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교육, 멘토링, 프로젝트 경험을 제공하는 과정은 단순한 미래 채용을 넘어 산업 전체의 기반을 넓히는 투자입니다.
청소년 개발자가 지금 만드는 작은 프로젝트가 몇 년 뒤에는 새로운 장르, 새로운 팬덤,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한국 게임 IP로 성장할 수도 있습니다.
더 빨리 만들고, 더 오래 함께 성장하는 게임
앞으로의 게임사는 콘텐츠 제작사에만 머물기 어렵습니다. AI와 개발 도구를 고도화하고, 창작자를 육성하며, 이용자 커뮤니티와 함께 IP를 확장해야 합니다.
결국 한국 게임이 고민해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넘어, 누구와 함께 성장할 것인가입니다. 기술은 개발 속도를 높이지만, 산업의 미래를 완성하는 것은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과 지속 가능한 생태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