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킨백을 사려면 먼저 스카프나 의류, 신발 같은 다른 에르메스 제품을 수천만 원어치 구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누구나 원하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구조가 버킨백의 희소성을 키웠고, 높은 중고 거래가격은 다시 “사두면 돈이 된다”는 믿음에 힘을 보탰죠.
그런데 중고시장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 명품 재판매업체 패션파일의 버킨백 매물은 지난 15년간 32배 늘었습니다. UBS는 전 세계 중고시장에 나온 버킨백과 켈리백 매물도 팬데믹 이전보다 6~7배 증가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매물이 늘어난 배경에는 에르메스의 생산 확대와 온라인 재판매 플랫폼의 성장이 있습니다. 버킨백을 매장에서 배정받기 위해 다른 제품을 사는 대신, 중고시장에서 원하는 가방을 바로 찾는 소비자도 늘 수 있습니다. 재판매 가격이 내려간다면 매장에서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며 버킨백을 기다릴 이유도 약해질 수 있고요.
그렇다고 버킨백이 갑자기 흔한 가방이 됐거나 모든 제품의 가격이 하락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색상과 크기, 소재, 보존 상태에 따라 가격은 크게 달라지고, 매물 증가만으로 희소 제품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다만 ‘구하기 어렵다’는 믿음이 예전만큼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지는 에르메스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됐습니다.
희소성을 더할까, 공급을 늘릴까…에르메스의 시험대: 버킨백 사두면 무조건 돈 번다더니…에르메스의 굴욕
중고시장에 버킨백 매물이 늘고 있다고 해서 매력이 사라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에르메스의 올해 3분기 가죽제품·승마용품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0.8% 증가했습니다. 희귀한 버킨백의 가치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파리 소더비 경매에서는 제인 버킨이 사용했던 최초의 버킨백이 핸드백 경매 사상 최고가인 858만2500유로에 낙찰되기도 했습니다.
에르메스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생산시설을 확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급을 늘리면 버킨백의 상징인 희소성이 약해질 수 있고, 생산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고객 수요를 놓칠 수 있습니다. 중고시장 가격이 내려가면 가방을 얻기 위해 다른 제품까지 구매하던 고객의 동기도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더 많이 만들면서도 ‘누구나 원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없다’는 믿음을 지켜내는 일입니다. ‘버킨백 사두면 무조건 돈 번다더니…에르메스의 굴욕’이라는 말이 현실이 될지는 중고 거래가격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에르메스가 희소성과 성장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느냐가 브랜드의 다음 시험대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1072257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