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시장 조명 아래 망고와 바나나처럼 반짝이는 작은 과일들. 크기는 손가락 한 마디쯤이고 색은 유난히 선명합니다. 장식품이나 비누인 줄 알았는데, 옆 사람이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깜짝 놀라게 되죠. 이 알록달록한 과자의 이름은 룩춥(ลูกชุบ)입니다.
룩춥은 녹두를 쪄서 으깬 뒤 코코넛 밀크와 섞어 반죽하고, 과일이나 채소 모양으로 빚어 색을 입혀 만듭니다. 한천 젤리에 여러 번 담가 코팅하기 때문에 표면이 반들반들하고 모양도 오래 유지됩니다. 보기에는 화려하지만 맛은 녹두 특유의 담백함에 코코넛의 고소함과 단맛이 더해져 비교적 은은한 편입니다.
이 과자의 뿌리를 따라가면 뜻밖에도 포르투갈에 닿습니다. 아몬드 가루와 설탕, 달걀흰자로 반죽해 모양을 빚는 포르투갈 과자 마사팡이 태국에 전해졌고, 아몬드를 구하기 어려웠던 현지에서는 녹두가 그 자리를 대신했습니다. 17세기 아유타야 왕실의 요리사 마리아 구요마르 데 피냐가 포르투갈식 디저트 기법을 태국의 재료와 감각에 맞게 다듬은 것입니다. 그렇게 탄생한 룩춥은 태국의 화려한 색채와 어우러져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습니다.
태국 디저트엔 포르투갈의 달콤한 유산이 숨겨져 있다: 마리아 주방장의 황금 실타래와 단호박 크림
포르투갈과 인도, 일본의 뿌리를 지닌 마리아 구요마르 데 피냐는 17세기 아유타야 왕실 주방에서 일하며 포르투갈식 디저트를 태국의 재료와 솜씨로 새롭게 빚어냈습니다. 그가 남긴 달콤한 유산은 지금도 태국 곳곳에서 사랑받습니다. 오리알 노른자로 만든 황금빛 포이통과 코코넛 밀크 향이 부드러운 상카야가 대표적이지요.
포이통은 이름부터 생김새까지 매력적입니다. ‘포이’는 실, ‘통’은 황금을 뜻합니다. 노른자를 곱게 풀어 깔때기 같은 도구에 담고, 재스민 향을 더한 끓는 설탕 시럽 위에서 손목을 움직이면 노른자가 가느다란 실처럼 떨어져 익습니다. 오리알 노른자는 달걀보다 색이 진하고 질감이 끈끈해, 선명한 황금빛과 풍부한 맛을 냅니다. 완성된 실타래를 가지런히 모으면 포이통이 됩니다.
이 디저트의 뿌리에는 포르투갈의 달걀노른자 과자 문화가 있습니다. 수도원에서 옷에 풀을 먹이는 데 달걀흰자를 쓰고 남은 노른자를 설탕과 함께 요리에 활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마리아는 이 조리법을 태국의 입맛과 재료에 맞게 바꾸었습니다. 포이통은 달콤한 간식을 넘어 결혼식과 생일, 집들이처럼 기쁜 날을 장식하는 음식이 되었고, 황금 실에는 장수와 부부의 화목을 바라는 뜻도 담겼습니다.
마리아의 또 다른 유산인 상카야는 달걀과 코코넛 밀크, 팜 슈거를 섞어 부드럽게 익힌 크림입니다. 약한 불에서 천천히 저어야 매끈한 질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찐 식빵이나 튀김빵에 곁들이면 달콤하고 고소하면서도 코코넛의 향이 은은하게 퍼집니다. 판단 잎을 더한 초록빛 상카야에서는 동남아시아 특유의 향긋하고 구수한 풍미를 만날 수 있습니다.
상카야를 가장 인상 깊게 맛보는 방법은 단호박에 담아 찌는 것입니다. 씨를 파낸 단호박에 크림을 채워 한 시간가량 익히면, 촉촉하고 달콤한 호박과 코코넛 밀크, 팜 슈거의 풍미가 한데 어우러집니다. 낯선 재료를 버리지 않고 새로운 맛으로 바꾼 마리아의 솜씨는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포이통의 황금 실 한 올부터 단호박 속 부드러운 크림 한 숟가락까지, 그 맛에는 태국과 포르투갈의 만남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293600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