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계획을 공개한 상장사는 764곳에 이릅니다. 그런데 공시 건수가 늘었다고 해서 기업의 변화 가능성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기업마다 공개하는 정보의 범위와 구체성이 다르고, 목표 수치나 달성 시점을 밝히지 않은 사례도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2024~2025년 현금배당 20조9000억원과 자사주 매입 8조4000억원 등 주주환원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어느 수준까지 개선할지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실행한 내용을 알 수는 있어도,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까지는 비교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엠엑스온은 해외사업 확대와 배당 수준의 회복·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배당 목표액과 달성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습니다. ‘확대하겠다’는 방향은 확인할 수 있어도 계획의 규모와 이행 여부를 구체적으로 따져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차이는 밸류업 공시가 기업 자율을 원칙으로 운영되는 데서 비롯됩니다. 한국거래소가 현황 진단과 목표 설정, 실행 계획, 이행 평가의 틀을 안내하고 있지만, 특정 재무지표나 목표 수치를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고배당기업 관련 세제 혜택과 연계해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적는 약식 공시도 한시적으로 허용됐습니다.
그래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건 공시 건수보다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전문가들은 ROE 같은 자본수익성과 자본비용을 함께 살피고, 목표의 산정 근거와 달성 일정, 실제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시마다 기준이 다르면 주주환원 실적이 큰 기업과 구체적인 개선 목표를 세운 기업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밸류업 공시 제각각 … 핵심지표 표준화해야”라는 요구는 형식을 통일하자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기업이 어떤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어떻게 이행하는지 투자자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비교의 기준을 마련하자는 뜻입니다. 표준화 논의의 핵심은 공시 숫자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실제 기업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판단할 근거를 갖추는 데 있습니다.
밸류업 공시 제각각 … “핵심지표 표준화해야”: 강제보다 신뢰할 기준이 먼저
밸류업 공시를 의무화할지, 충실한 공시에 보상을 제공할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투자자가 기업의 계획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공시 건수보다 무엇을 목표로 삼고, 언제까지 실행하며, 실제로 이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자본비용(COE·WACC) 같은 핵심 지표를 공통으로 제시하고, 목표와 이행 일정을 구체화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자본비용을 어떻게 산정했는지, 동종 업종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인지 함께 공개하면 기업의 계획이 현실적인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법적 의무화가 정답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준을 맞추는 데만 치중해 내용이 형식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세제 혜택이나 주요 주가지수 편입 확대 등으로 충실한 공시를 유도하면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와 내실을 함께 끌어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기업의 약속과 실제 성과를 객관적으로 대조할 수 있는 기준입니다. 밸류업의 다음 과제는 공시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믿을 수 있는 목표와 이행 여부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는 것입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789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