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캐릭터.AI에 27억달러를 쓴 지 약 2년. 한때 기업가치 10억달러를 인정받았던 이 스타트업은 파산보호를 신청했습니다. ‘4조원 잭팟’은 회사를 통째로 사들인 대가가 아니었습니다. 구글이 선택한 것은 창업자와 연구진, 그리고 기술 사용권이었습니다.
2024년 구글은 공동창업자 노암 샤지어와 다니엘 데 프레이타스를 포함한 연구진 약 30명을 딥마인드로 데려갔습니다. 현금 27억달러를 지급하고 기존 전환증권을 소각하는 한편,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습니다. 업계에서 ‘역인수합병’이라고 부르는 방식입니다. 회사의 소유권을 가져오는 대신 핵심 인재와 기술을 확보한 셈입니다.
그 뒤 캐릭터.AI에는 서비스와 앱을 운영하는 조직이 남았습니다. 모델을 직접 개발하며 대형 AI 기업과 맞붙기에는 어려움이 커졌습니다. 챗GPT와 제미나이 같은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는 사이, 젊은 이용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핵심 기능은 미성년자 관련 소송과 규제에도 부딪혔습니다.
플로리다의 14세 소년 사망과 관련한 소송을 비롯해 여러 법적 분쟁이 이어졌고, 회사는 18세 미만 이용자의 AI 캐릭터 대화를 막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용자 기반의 중요한 부분을 제한해야 했던 것입니다. 여기에 캐릭터 무단 사용을 둘러싼 디즈니의 경고와 경쟁 심화까지 겹쳤습니다.
결국 회사는 회생보다 매각을 택했습니다. 파산 신청은 남은 사업을 법원 감독 아래 매각하기 위한 절차입니다. 구글이 27억달러로 확보한 것은 인재와 기술이었지만, 앱을 운영하던 회사는 스스로 생존해야 했습니다. ‘0 두 개 빠진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극적으로 달라진 몸값 뒤에는, 무엇을 사들이고 무엇을 남겨 두었는지에 대한 선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0 두 개 빠진 거 아냐?…4조 잭팟 AI 신화의 몰락, 디즈니의 역전
1년 전만 해도 디즈니는 캐릭터.AI에 마블·픽사·스타워즈 캐릭터의 무단 사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파산 절차에서는 회사 자산을 사려는 첫 후보로 나섰습니다. 경고장을 보냈던 쪽이 이제는 인수 경쟁의 출발선을 끊은 셈입니다.
디즈니는 ‘스토킹호스’ 입찰자로, 2000만달러를 제안했습니다. 이는 경매에서 다른 후보들이 넘어야 할 가격 하한선입니다. 다만 디즈니가 사려는 것은 캐릭터.AI 전체가 아니라 일부 지식재산권(IP)에 대한 비독점 영구 사용권입니다. 다른 업체도 같은 IP를 사용할 수 있으며, 디즈니가 이를 어디에 활용할지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구글이 2024년 지급한 27억달러와 디즈니의 2000만달러를 단순 비교해 회사 가치가 135분의 1로 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구글은 창업자와 연구진, 기술 사용권을 확보했고, 디즈니의 제안 대상은 일부 IP 사용권이기 때문입니다. 최종 인수자와 가격은 경매가 진행된 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정해질 예정입니다.
매각 과정에서 이용자 데이터가 어떻게 다뤄질지도 관심사입니다. 회사 약관에는 매각 과정에서 대화 기록과 음성 녹음, 이미지·영상이 공개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캐릭터.AI는 데이터가 기존 방침에 따라 보호된다고 밝혔지만, 이용자들의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닙니다.
남은 주 정부 소송이 파산 절차에서 어떻게 다뤄질지도 아직 불확실합니다. 미성년자 이용 제한과 소송 부담 속에서 서비스의 핵심이었던 AI 캐릭터 대화가 어떤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이번 경매는 자산의 새 주인을 찾는 절차인 동시에, 이용자 데이터와 안전 문제를 안고 있는 AI 캐릭터 서비스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53555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