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술기업과 막대한 부가 모이는 실리콘밸리. 하지만 이곳의 출생률은 1990년대 이후 46%나 떨어졌습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의 감소율인 37%보다도 가파른 하락입니다. 혁신을 이끄는 도시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인트벤처 실리콘밸리(JVSV)의 조사에서 50세 미만 무자녀 응답자 가운데 56%는 앞으로 아이를 가질 가능성이 낮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장벽은 양육비였습니다. 응답자의 58%가 “이곳에서 아이를 키울 경제적 여력이 없다”고 꼽았습니다. 세계 정세에 대한 우려와 기후변화 등 환경 문제도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 나타났습니다.
실리콘밸리의 고민은 단순히 아이를 원하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지역 연구자들은 고학력자와 미혼 인구가 유입되는 한편, 집을 마련하고 가족을 꾸리려는 사람들은 생활비가 더 저렴한 인근 지역이나 다른 주로 떠나는 흐름에 주목합니다. “아이를 낳고 집을 마련하려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높은 비용은 이미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도 부담입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고 연소득이 15만 달러 미만인 가구의 64%는 생활비를 내면서 저축하기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학생 수 감소에 따라 학교 폐쇄 논쟁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저출산은 개인의 선택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미래와 맞닿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출산율 하락을 생활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주거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에서도 출생률은 떨어지고 있으며, 출산과 경력에 관한 개인의 선택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만 원하는 만큼 가족을 꾸리기 어렵게 만드는 비용과 주거 여건이 있다면, 그 선택이 얼마나 자유로운지 묻게 됩니다.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 온 실리콘밸리가 이제는 평범한 주민들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곳인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학교 폐쇄 논쟁 너머, 누구에게 미래가 열려 있는가 — “회사는 키워도 아이는 못 키운다”…실리콘밸리 덮친 저출산 충격
아이들이 줄자 학교 문을 닫을지를 두고 논쟁이 시작됐습니다. 출생아 감소는 통계에 그치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상까지 바꾸고 있습니다. 학교가 문을 닫으면 교육 환경과 공동체의 기반도 함께 흔들릴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불안은 학교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응답자의 79%는 베이 지역이 ‘부자만 잘사는 곳’이 되고 있다고 답했고, 77%는 주요 기술기업이 지나치게 큰 권력과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봤습니다. AI 개발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응답은 65%, AI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는 44%였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생활비, 기술기업에 대한 불신, 일자리 불안이 한데 겹치며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Z세대의 66%는 베이 지역의 가장 좋은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습니다. 이 낙관이 현실이 되려면 미래를 꿈꾸는 데서 그치지 않아야 합니다.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 아이를 낳고 키우려는 가족에게도 그 미래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가 풀어야 할 질문은 결국 이것입니다. 누구나 이곳에서 삶을 꾸리고, 가족을 키울 수 있을까요?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it/121727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