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마당에서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가톨릭 신부가 오르간을 울린다면 낯설게 느껴질까요? 전북 완주 송광사에서는 이런 풍경이 1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힙불교’라는 말이 생기기 전부터 음악으로 종교의 경계를 허물어온 셈입니다.
음악회의 시작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송광사 주지 백강법진 스님은 이혼과 가정 해체로 힘들어하는 부부에게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었습니다. 칠월칠석을 ‘사랑의 날’로 정해 이혼 소송 중인 불자 부부를 초대했고, 음악을 들으며 서로의 마음을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좋은 음악이 굳은 마음을 풀고 상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랑음악회’였던 행사는 몇 년 뒤 ‘나비채 음악회’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나누고, 비우고, 채운다’는 뜻입니다. 법진 스님에게 음악은 나눌 수 있는 선물이자, 자신이 가진 것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여기지 않는 마음을 실천하는 방법입니다.
그래서 무대에는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뿐 아니라 가톨릭 신부의 오르간 연주도 오릅니다. 만찬의 시작 기도를 개신교 목사가 맡기도 합니다. 서로 다른 종교의 음악과 마음이 한자리에 모이는 모습은 송광사에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산사의 밤공기와 나무 사이로 퍼지는 소리처럼, 음악회는 조용히 사람들을 이어줍니다.
바람과 오르간이 함께 채운 밤, 힙한 사찰 음악회…불교 원조는 이곳!
바람이 불자 나뭇잎이 흔들리고, 연주의 호흡도 그 느린 움직임을 따라갔습니다. 완주 송광사 앞마당에서 생상스의 선율은 오케스트라를 지나 불상과 산의 어둠을 향해 번졌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한 오르간은 가톨릭 신부 최호영이 연주했습니다. 불교 사찰에서 울린 서양 종교의 악기였지만, 그 소리는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았습니다. 밤공기와 나무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죠.
이날 무대가 보여준 건 음악만이 아닙니다. 공연을 앞두고 신도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에는 직접 기른 채소도 올랐습니다. 누가 먹을지 몰라도 한 끼를 허투루 짓지 않는 마음. 송광사 주지 백강법진 스님이 말하는 ‘나누고, 비우고, 채운다’는 철학은 무대 밖에서도 이어집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온전히 자기 몫으로 여기지 않고, 받은 것을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는 태도입니다.
2011년 ‘사랑음악회’로 출발한 이 음악회는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5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음악을 함께 듣고, 음식을 나누고, 종교와 장르의 경계를 열어 두는 것. ‘힙한 사찰 음악회…불교 원조는 이곳!’이라는 말이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송광사의 밤은 음악으로 마음을 채우고, 그 온기를 다시 나누는 자리였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01842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