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억원을 가진 사람보다 1000만원을 가진 사람이 대출금을 더 잘 갚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 카카오페이와 신용평가회사 KCB의 분석은 상환 능력을 판단할 때 자산의 총액만큼이나 얼마나 유동적인 자산을 보유했는지가 중요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자산 1억원 중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한 사람보다, 자산은 1000만원이지만 그중 500만원을 현금이나 저축성 예금으로 보유한 중저신용자가 연체 위험이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금 비중 하나만으로 대출 승인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기존 금융정보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상환 여력을 더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 빈틈을 채우기 위해 핀테크 기업들은 결제·송금 기록, 쇼핑몰 방문자 수와 매출처럼 기존 신용평가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던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KCB와 함께 결제·송금 정보와 마이데이터를 결합한 ‘카카오페이 스코어’를 만들었고, 토스는 개인사업자 평가 모형인 ‘토스 소호스코어’를 금융사 심사에 연결하고 있습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스마트스토어의 방문자 수와 판매 실적 등을 개인사업자 평가 자료로 활용합니다.
이처럼 대출심사 파고드는 핀테크…2금융권과 잇달아 동맹을 맺는 배경에는 씬파일러, 즉 금융 이력이 부족해 기존 방식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고객층이 있습니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면 금융 이력만으로 드러나지 않던 거래 습관과 사업 흐름을 심사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출 비교를 넘어 신용평가와 심사 과정까지 핀테크의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출심사 파고드는 핀테크…2금융권과 잇달아 동맹, 기회인가 새로운 의존인가
핀테크의 역할이 대출 상품을 비교해주는 데서 신용을 평가하는 단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토스는 금융사별 맞춤형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하고, 네이버파이낸셜은 케이뱅크와 웰컴저축은행의 대출 신청자 신용도를 직접 평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카카오페이는 대안신용평가 점수를 현재 8곳에 공급하고 있으며, 연내 20곳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런 협력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 금융 이력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제·송금 기록, 온라인 판매 실적 등 비금융 데이터까지 활용하면 기존 신용평가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상환 능력을 포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 증가분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제외하기로 한 점도 2금융권의 대출 공급을 뒷받침하는 배경입니다.
하지만 대출 문이 넓어지는 것만으로 성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금융회사가 특정 핀테크의 점수 체계에 기대게 되면 평가 기준이나 이용 조건이 바뀔 때 심사 운영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점수가 어떤 데이터로 산출되는지, 서로 다른 고객층을 공정하게 평가하는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결과를 검증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번 동맹은 금융 사각지대를 줄일 기회인 동시에, 신용을 판단하는 새로운 권력이 형성되는 과정일 수도 있습니다. 대안 데이터가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 접근성을 열어줄지, 아니면 소수 평가모형에 대한 의존을 키울지—그 답은 심사의 정확성뿐 아니라 투명성과 책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66145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