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부모님 휴대전화에서 사진을 지우고 글씨를 키워주던 자녀들. 올해는 조금 다른 도움을 건넵니다. 챗GPT를 열어 보여주며 말합니다. “검색어를 고민하지 말고, 그냥 말로 물어보세요.”
부모 세대가 AI 앞에서 멈춰 서는 이유는 기기를 다루지 못해서만은 아닙니다.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입니다. 포털 검색에 익숙하면 ‘부산 맛집’, ‘잡채 보관법’처럼 질문을 짧은 단어로 줄이는 데 익숙합니다. 하지만 생성형 AI는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할수록 더 알맞은 답을 내놓습니다.
예를 들어 “부산 여행 일정” 대신 “다음 달 친구 셋과 부산에 가는데, 무릎이 좋지 않아 많이 걷지 않는 2박 3일 일정을 짜줘”라고 물으면 답변은 한층 구체적이 됩니다. 복잡한 프롬프트부터 배울 필요는 없습니다. 냉장고 속 남은 음식을 찍어 “이걸로 세 명이 먹을 점심 메뉴를 추천해줘”라고 하거나, 잎이 누렇게 변한 화초 사진을 올려 관리법을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낯선 경고창이 뜨면 화면을 캡처해 의미를 묻는 방법도 있습니다.
말로 질문할 수 있다는 점도 부모님에게는 큰 장점입니다. 작은 자판으로 긴 문장을 입력하거나 알맞은 검색어를 고르지 않아도, 평소 자녀에게 하듯 편하게 말하면 됩니다. 기계의 사용법을 사람이 일일이 익히는 대신, AI가 사람의 말에 맞춰 답하는 방식인 셈입니다.
그렇다고 부모 세대가 이미 AI를 익숙하게 쓰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서 생성형 AI 이용 경험률은 20대 75.3%, 30대 71.1%였지만 60대는 14.3%, 70대 이상은 4.9%에 그쳤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70대 이상의 인터넷 이용률은 70.2%였습니다. 인터넷을 쓰는 것과 AI를 활용하는 것 사이에는 아직 큰 간격이 있습니다.
특히 60대 미이용자의 25.3%, 70대 이상 미이용자의 26.1%는 AI를 쓰지 않는 이유로 ‘이용 방법을 몰라서’를 꼽았습니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쓰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써보고 싶어도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사람도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의 디지털 효도는 앱을 설치해드리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자주 겪는 일상적인 상황을 함께 질문해보고, 편하게 말을 건네도 된다는 자신감을 드리는 일까지 포함됩니다. 사진첩을 정리해주던 딸이 챗GPT 선생님이 되는 것, 달라진 명절 풍경은 그렇게 시작됩니다.
‘사진 정리해주던 딸, 올해는 챗GPT 선생님’…달라진 명절 디지털 효도, 마지막 수업은 ‘그대로 믿지 않기’
부모님이 챗GPT에게 건강 상담을 하고, 계약서 사진을 올리고, 금융 정보를 묻기 시작했다면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AI가 자신 있게 답했지만 틀렸을 때, 그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겪는 사람은 부모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성형 AI는 자연스럽고 단정적인 말투로 답하지만, 답변이 늘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건강 문제는 AI의 설명만으로 진단하거나 약 복용을 결정하지 말고 의료진에게 확인하도록 알려드리세요. 금융·법률 정보도 참고용으로만 보고, 은행이나 공공기관 등 공식 창구에서 다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특히 계약서 사진을 올려 조항을 물어보더라도, 중요한 결정은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편이 안전합니다.
사진을 올리기 전 개인정보를 살피는 법도 함께 알려드리세요.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비밀번호가 보이지 않는지 확인하고, 신분증이나 계약서, 택배 송장 사진은 민감한 부분을 가린 뒤 사용하도록 안내하면 좋습니다.
이번 명절의 ‘디지털 효도’는 챗GPT 앱을 설치하고 음성으로 질문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 답변은 참고하고, 중요한 내용은 한 번 더 확인하기.” 잘 묻는 법과 함께 그대로 믿지 않는 법까지 알려줄 때, 사진 정리해주던 딸의 올해 명절 수업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21311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