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날 때까지 박수를 참아야 한다는 클래식의 오랜 규칙이 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벅차오르는 순간, 무대 위 음악에 즉시 응답하고 싶다면 어떨까요? ‘고음악의 무법자’ 아트하우스17은 바로 그 익숙한 관습에 질문을 던집니다. 연주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라면 악장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자유롭게 박수를 보내도 좋다는 것입니다.
오스트리아 그라츠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아트하우스17은 17세기 이전 유럽 음악을 다루지만, 300년 전 공연을 그대로 복원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하프시코드와 리코더, 비올라 다 감바와 바로크첼로 같은 고음악 악기에 현대적 해석을 더하고, 때로는 아코디언처럼 당시에는 사용되지 않았던 악기도 무대에 올립니다. 연극과 무용, 시각예술까지 결합하며 고음악을 오늘날의 관객이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언어로 바꿉니다.
공동예술감독 미하엘 헬은 원전 악기를 사용하는 일이 과거의 소리를 찾아가는 출발점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무대를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것이 아트하우스17의 목표도 아닙니다. 그들이 주목하는 것은 악보와 악기만이 아니라 음악 속에 담긴 호흡과 몸짓, 공간과 사회적 맥락입니다. 헬은 기계적인 재현보다 인간의 노래에 깃든 호흡과 프레이징을 연주에 담고자 합니다.
연출가 토마스 회프트 역시 다른 예술 요소를 무조건 덧붙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음악 자체가 충분히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 때는 그 힘을 존중하되, 음악이 탄생한 시대의 분위기와 맥락을 오늘날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연극적 장치와 시각적 요소를 더합니다. 과거의 음악을 박물관 속 유물로 보존하는 대신, 그 음악이 당대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과 사건 속에서 울렸는지를 함께 다시 상상하는 방식입니다.
게오르크 크로나이스가 바꾸고 싶은 것은 관객의 반응 방식입니다. 모든 악장이 끝난 뒤에만 박수를 보내는 대신, 음악이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반응해도 된다는 제안입니다. 재즈 클럽에서 연주자의 즉흥 연주에 관객이 즉시 환호하듯, 클래식 공연에서도 청중과 연주자 사이에 더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아트하우스17은 17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분위기와 강제 이주의 기억을 무대 위에 펼칩니다. 그들의 공연은 과거를 복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래된 음악이 오늘의 관객에게 어떤 감정과 질문을 건넬 수 있는지 탐색합니다. 그러니 공연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좋습니다. 마음이 먼저 반응하는 순간, 박수는 이미 음악의 일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궁전의 음악에서 떠도는 사람들의 기억까지, 고유럽 음악의 무법자 내한 …연주 중에 아무 때나 박수치세요”
아트하우스17의 내한 공연은 17세기 오스트리아 궁정의 화려한 풍경에서 출발합니다. 1부에서는 그라츠의 에겐베르크 성을 무대로 삼아 고음악과 건축, 천문학을 한데 엮습니다. 당시 궁전은 단순히 음악을 듣는 장소가 아니라 권력과 종교, 예술이 뒤섞인 거대한 극장이었습니다. 아트하우스17은 그 공간의 분위기를 오늘날의 무대 위에 다시 불러냅니다.
하지만 공연은 과거의 재현에 머물지 않습니다. 연주자들은 300년 전의 장면을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그 음악이 놓여 있던 맥락과 감정까지 새롭게 해석합니다. 하프시코드와 비올라 다 감바의 소리 위에 연극적 연출과 시각적 요소가 더해지며, 관객은 악보 너머에 있던 궁정의 움직임과 사람들의 시선을 상상하게 됩니다.
2부 작품 ‘기억해주오’는 분위기를 완전히 바꿉니다. 빈 콘체르트하우스의 의뢰로 제작된 이 작품은 홀로코스트를 계기로 탄생했지만, 더 넓은 의미의 ‘떠남’을 이야기합니다. 고향을 잃고 낯선 곳에서 새로운 집을 찾아야 했던 사람들의 불안과 그리움이 음악과 무대 위에 겹쳐집니다.
이 이야기는 특정 시대와 지역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익숙한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낯선 곳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오늘날에도 이어집니다. 고음악은 이 공연에서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관객의 기억과 만나는 언어가 됩니다.
그래서 아트하우스17은 객석의 반응까지 공연의 일부로 받아들입니다.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에는 악장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박수를 보내도 좋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입니다. 재즈 클럽에서 자연스럽게 터져 나오는 환호처럼, 한국 관객의 박수와 침묵, 놀라움은 무대 위 음악과 새로운 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궁전의 화려함에서 떠도는 이들의 기억까지. 이번 공연에서 관객은 완성된 과거를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트하우스17과 함께 고음악의 다음 장면을 만들어가게 됩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32809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