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약 3주 만에 5만1004명이 동의했다. 내년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년 더 미뤄달라는 국민동의청원이 법정 요건을 충족하면서 국회 상임위원회 회부를 앞두고 있다. 투자자들은 왜 다시 과세 유예를 요구하고 있을까.
청원인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과 산업 생태계가 과세를 감당할 만큼 준비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특히 투자자 대부분이 손실을 보고 있고, 국내 거래소와 관련 기업의 실적도 크게 악화한 상황에서 과세를 서두르면 세수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청원 취지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거래소의 법인세 납부액은 이미 큰 폭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두나무의 경우 지난해 약 4326억 원이었던 법인세가 올해 약 3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빗썸 역시 올해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법인세를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졌다.
투자자들은 자금 이탈 가능성도 우려한다.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이동하면 국내 기업의 법인세와 관련 산업의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개인 투자자의 소득세가 늘더라도 기업 세수 감소분을 상쇄하지 못해, 정부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세수 증대 없이 시장의 반발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청년층 형평성 문제도 핵심 쟁점으로 제기됐다. 청원인은 산업화 과정에서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가졌던 세대와 달리, 청년층은 주식·가상자산 등 금융자산을 통해 자산 형성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손실 위험은 투자자가 감당하면서도 시장이 위축된 시점에 세금부터 부과하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청원이 곧바로 과세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동의청원이 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검토할 수 있지만, 법적 구속력은 없다. 상임위가 법률 개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본회의 부의까지 결정해야 실제 제도 변경 논의로 이어진다.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에 대해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예정대로 2027년부터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국내 거래소의 거래명세서와 해외금융계좌 신고, 국가 간 정보교환체계 등을 통해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결국 이번 청원은 단순한 유예 요구를 넘어, 가상자산 과세의 시점과 방식이 적절한지를 묻는 사회적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시장 회복과 산업 인프라 정비를 먼저 요구하고 있으며, 정부는 조세 원칙과 과세 실효성을 근거로 예정된 시행을 고수하고 있다. 5만 명의 동의가 멈춰 세운 것은 과세 제도 자체라기보다, 그 제도를 둘러싼 갈등의 시계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와 현실의 충돌: “코인과세 2년 유예” 청원 5만명 돌파…정부는 “예정대로 2027년 시행”
가상자산 과세 논쟁은 조세의 기본원칙과 시장 현실이 정면으로 부딪히는 문제다. 정부는 소득이 발생한 곳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2027년 시행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투자자들은 지금 과세를 시작하면 세수가 늘기는커녕 국내 거래소와 관련 산업의 위축으로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부가 과세 인프라를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비교적 분명하다. 국내 거래소 이용자의 거래 내역은 가상자산사업자가 국세청에 제출하는 거래명세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경우에도 해외금융계좌 신고 제도와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체계인 CARF 등을 활용하면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청원 측은 과세 시스템이 갖춰졌는지와 별개로, 과세가 시장 행동을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한다. 세금 부담이 커지면 투자자와 자금이 국내 거래소를 떠나 해외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고, 그 결과 국내 기업의 거래 수수료와 법인세 수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논리다. 최근 해외로 이동한 가상자산 자금 규모와 해외 거래소 수수료를 근거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결국 쟁점은 ‘과세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지금 과세하는 것이 국가 재정과 산업에 유리한가’에 가깝다. 정부는 과세 자료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시행에 문제가 없다고 보지만, 청원 측은 과세 이후 거래량과 사업자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개인 투자자에게 발생하는 세금과 국내 기업의 세원 감소분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2027년 과세가 현실화될 경우 부담은 투자자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수익이 발생한 투자자는 세금 신고와 납부 의무를 부담하게 되고, 여러 거래소와 해외 플랫폼을 이용한 투자자는 거래 내역을 정리하고 취득가액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관리 부담을 질 수 있다. 반면 손실 투자자나 거래가 위축된 시장에서는 과세 대상 소득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이번 청원이 상임위원회에 회부되더라도 곧바로 유예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상임위는 청원 취지와 정부의 과세 인프라 설명, 시장 위축 및 세수 감소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게 된다. 과연 조세 원칙을 우선할지, 산업과 세수에 미칠 현실적인 영향을 먼저 따질지에 따라 ‘코인과세 2년 유예’ 논의의 향방이 달라질 전망이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519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