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학비에 보태려던 투자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면, 누구라도 돈을 날렸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앵거스 커 역시 그렇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55년 뒤, 그의 손을 떠난 줄 알았던 위스키 캐스크가 약 5억 원에 달하는 가격표를 달고 다시 나타났습니다.
롤스로이스 주식 손실 뒤 선택한 마지막 투자
영국 서리주에 사는 앵거스 커는 1971년 자녀들의 학비를 마련할 생각으로 글렌로시스 싱글 몰트 위스키 캐스크를 130파운드, 당시 약 24만 원에 구입했습니다. 위스키 원액을 나무통에 넣어 숙성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커는 롤스로이스 주식에 투자했다가 1000파운드 넘게 손실을 본 상태였습니다. 그는 위스키 투자마저 실패하면 “그 안에서 헤엄이라도 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농담처럼 회상했습니다. 그만큼 이번 투자는 가족의 미래를 위한 마지막 기대에 가까웠습니다.
업체 폐업으로 사라진 캐스크의 행방
그러나 위스키 캐스크를 판매한 업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았습니다. 커는 소유권을 증명할 서류조차 받지 못한 탓에 자신의 위스키 통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그는 24만 원의 투자금을 모두 잃었다고 생각하고 캐스크를 기억 속에서 지웠습니다.
반전은 뜻밖의 연락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느 날 캐스크 보관료를 내라는 통지가 오면서 위스키 통의 소재가 확인된 것입니다. 사업과 육아로 바빴던 커는 곧바로 매각하지 못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위스키 중개인 마크 리틀러에게 판매를 맡겼습니다.
57년 숙성 끝에 약 5억 원 매물로
이 캐스크에는 1969년 1월 2일 위스키 원액이 채워졌습니다. 커가 구입했을 때도 이미 약 2년간 숙성된 상태였으며, 이후 같은 오크 셰리통에서 장기간 숙성을 이어갔습니다.
현재 알코올 도수는 42.2%입니다. 장기 숙성 위스키는 시간이 지나면서 도수가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나무 향이 강해져 상품성을 잃을 수 있지만, 이 캐스크는 병입 기준인 40%를 넘겼습니다. 시음에 참여한 위스키 평론가 찰스 매클레인은 오랜 숙성에도 나무 향이 맛을 압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개업체가 제시한 판매가는 27만 파운드, 우리 돈 약 5억 원입니다. 이는 커의 최초 구매가보다 약 2077배 높은 금액입니다. 다만 아직 실제 거래가 성사된 가격은 아니며, 세금과 보관료, 병입 비용 등은 별도로 고려해야 합니다.
현재 도수 그대로 700㎖ 병에 나누면 약 287병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판매가 이뤄진다면 커는 그 수익을 자녀와 손주 8명을 위해 사용할 계획입니다. 업체 폐업으로 사라졌다고 믿었던 24만 원짜리 위스키 통이 반세기 넘는 시간 끝에 가족을 위한 자산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업체 망해 돈 날린 줄 알았는데…24만원 위스키가 5억 매물로: 57년 숙성이 만든 2077배의 가치, 진짜 보물일까
1969년 1월 2일 오크 셰리통에 담긴 위스키 원액은 57년 동안 숙성되며 증발과 과숙성의 위험을 견뎌냈습니다. 장기간 숙성된 위스키는 알코올 도수가 지나치게 낮아지거나 나무 향이 맛을 압도해 상품성을 잃을 수 있지만, 이 캐스크의 현재 도수는 42.2%로 스카치위스키 병입 기준인 40%를 넘겼습니다.
시음 결과도 긍정적이었습니다. 위스키 평론가 찰스 매클레인은 오랜 숙성에도 오크 향이 맛을 압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700㎖ 기준 약 287병으로 나눠 담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 계산으로는 병당 약 174만원의 가치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24만원이 5억원이 됐다는 계산을 그대로 수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중개업체가 제시한 27만파운드는 실제 거래가가 아니라 희망 매도가입니다. 여기에 세금과 장기간 보관료, 운송비, 병입 비용, 라벨 제작비 등이 추가되면 최종 수익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매자가 제시 가격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구매가 대비 약 2077배라는 숫자는 이 캐스크의 희소성을 보여줍니다. 글렌로시스가 공식 출시한 최고 숙성 제품이 51년산인 만큼, 공개적으로 판매되는 57년 숙성 캐스크라는 점 자체가 수집가에게 강한 매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술이 아니라, 브랜드와 숙성 연수, 맛의 완성도, 남아 있는 원액의 양이 함께 가격을 결정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위스키의 진짜 가치는 ‘오래 묵었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숙성 중 살아남았는지, 실제로 맛이 뛰어난지, 병입 후 구매자를 찾을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업체가 문을 닫으며 돈을 날린 줄 알았던 앵거스 커의 투자는 반세기 넘게 잠들어 있다가, 자녀와 손주 8명을 위한 마지막 결실이 될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408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