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케링그룹은 구찌·생로랑·보테가베네타 등 주요 브랜드의 매장 84곳을 폐점했습니다. 전체 직영점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지난해에도 75곳을 줄였던 케링은 올해 매장 정리 목표를 최대 100곳까지 늘렸습니다.
한때 명품업계에서 매장 수는 곧 성장의 상징이었습니다. 중국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던 시기에는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는 물론 지방 주요 도시까지 매장을 확장했습니다. 한 도시에 두세 곳의 매장을 운영하는 전략도 자연스러웠습니다.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매장을 추가하면 매출도 함께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명품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이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습니다. 소비가 지역과 고객층별로 엇갈리고, 매장 유지 비용은 커졌습니다. 방문객과 매출이 충분하지 않은 점포는 브랜드의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바뀌었습니다.
매장 수를 줄인다고 해서 오프라인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핵심은 점포의 양보다 생산성입니다. 케링은 매장을 대대적으로 재편한 뒤 올해 2분기 환율 영향을 제외한 매출이 전년보다 2% 증가했습니다. 구찌의 매출 감소폭도 1분기 8%에서 2분기 2%로 줄었습니다.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한 효과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프라다 역시 중국에서 향후 2~3년 동안 매년 2~3개 매장을 줄일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도시에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매장보다 남겨둔 핵심 점포를 넓히고 새롭게 단장하는 편이 더 높은 가치를 만든다는 판단입니다.
따라서 84곳 문 닫았다…매장 줄이는 명품 브랜드의 속내는 오프라인의 종말이라기보다 매장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역사와 세계관을 경험하고, 우수 고객을 관리하는 플래그십 공간으로 진화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된 만큼 명품 브랜드는 모든 곳에 매장을 둘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대신 서울과 베이징, 도쿄처럼 상징성이 높은 도시에는 더 크고 정교한 매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제 명품업계의 새로운 성장 공식은 ‘더 많은 매장’이 아니라 ‘더 강력한 한 곳’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84곳 문 닫았다…매장 줄이는 명품 브랜드의 속내: 판매 공간에서 브랜드의 무대로
명품업체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일부 매장을 없앤 뒤 남은 핵심 매장을 더 크고 화려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명품 매장은 무엇을 팔고 있는 걸까요?
과거 매장은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도 상품을 쉽게 확인하고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단순 판매점의 역할은 줄어들었습니다. 이제 매장은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 미적 감각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공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우수 고객을 위한 상담과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지는 장소이자, 브랜드 세계관을 보여주는 무대가 된 것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84곳 문 닫았다…매장 줄이는 명품 브랜드의 속내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케링그룹이 비효율적인 매장을 정리하는 동안에도 명품업체들은 핵심 도시의 대표 매장에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매장 수를 무작정 늘리는 대신, 한 곳의 규모와 완성도를 높여 매장당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전략입니다.
프라다는 중국에서 같은 도시에 있는 두 번째, 세 번째 매장을 줄이는 대신 남은 점포를 리뉴얼하거나 확장할 계획입니다. LVMH 역시 베이징과 서울의 루이비통 대형 매장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고, 도쿄와 오사카에서도 디올의 상징적인 매장을 선보였습니다.
결국 명품업계의 오프라인 전략은 ‘더 많이’에서 ‘더 강하게’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매장에서 가방이나 시계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브랜드를 경험하고 기억합니다. 명품 매장이 상품을 파는 곳을 넘어 브랜드 자체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90747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