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전의 한 쇼핑몰이 하루아침에 NCT 127의 얼굴과 음악으로 뒤덮였습니다. 로비와 벽면은 멤버들의 사진으로 꾸며졌고, 팬들은 앨범을 구매하며 인증샷을 남겼습니다. 아이돌에게는 중국 팬들과 다시 만나는 무대였고, 쇼핑몰에는 방문객을 끌어모으는 강력한 마케팅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축제를 설계한 중심에는 한국 기획사가 아닌 중국 플랫폼 기업 텐센트가 있었습니다.
‘퉁러우’는 팬 이벤트를 넘어선 플랫폼 사업
중국에서 특정 아이돌의 IP로 건물 전체를 꾸미는 행사는 ‘퉁러우(痛樓)’라고 불립니다. 일본의 ‘이타샤’ 문화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앨범 발매나 생일을 기념해 쇼핑몰을 아이돌 이미지로 도배하는 방식입니다.
최근 선전에서는 NCT 127, 상하이에서는 (여자)아이들, 베이징에서는 에스파와 ITZY의 퉁러우가 열렸습니다. 겉으로는 팬을 위한 오프라인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음원 플랫폼과 쇼핑몰, 광고, 굿즈 판매가 연결된 복합적인 IP 사업에 가깝습니다.
행사를 주도한 곳은 텐센트뮤직엔터테인먼트(TME)의 음원 플랫폼 QQ뮤직입니다. QQ뮤직은 텐센트가 보유한 이용자 기반과 중국 대형 쇼핑몰 네트워크를 활용해 K팝을 단순히 ‘듣는 음악’에서 ‘방문하고 구매하는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IP를 제공하고, 텐센트는 생태계를 만든다
K팝 기획사는 음악과 아티스트라는 강력한 원천 IP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 팬을 모으고, 행사를 열고, 음원을 유통하며, 상품 판매까지 연결하려면 막대한 플랫폼과 자본이 필요합니다.
텐센트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QQ뮤직에서 음원을 소비하게 한 뒤 위챗으로 관련 콘텐츠를 확산하고, 오프라인 쇼핑몰에서 팬 경험과 소비를 유도합니다.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투자와 같은 직접적인 협력까지 더해지면서 K팝 IP를 장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 아티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노출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익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IP를 활용해 반복적인 매출을 만들고 팬덤 데이터를 축적하는 주체는 플랫폼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팬들이 남긴 관심과 소비가 QQ뮤직, 위챗, 쇼핑몰 생태계 안에서 다시 텐센트의 사업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K아이돌로 쇼핑몰 도배…K팝 IP 사들여 돈 쓸어담는 中’이라는 현상은 중국 팬들의 뜨거운 사랑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K팝의 창작 역량과 텐센트의 플랫폼·자본이 결합하면서, 누가 IP의 부가가치를 더 크게 가져가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제 고민해야 할 질문은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진출 이후에도 IP 사업의 주도권을 지킬 수 있느냐입니다.
IP를 가진 한국, 생태계를 가진 텐센트: K아이돌로 쇼핑몰 도배…K팝 IP 사들여 돈 쓸어담는 中
중국 쇼핑몰을 K팝 아이돌의 사진으로 가득 채우는 ‘퉁러우’는 단순한 팬 이벤트가 아닙니다. NCT 127, 에스파, (여자)아이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등 인기 아티스트의 IP가 대형 쇼핑몰과 음원 플랫폼을 연결하는 사업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QQ뮤직은 앨범 발매와 팬덤을 오프라인 프로모션, 음원 소비, 상품 판매로 이어지게 하며 K팝의 인기를 수익 구조로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만 텐센트가 확보하는 것은 K팝 하나가 아닙니다. 텐센트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보유한 라이엇게임즈, ‘클래시 오브 클랜’과 ‘브롤스타즈’로 알려진 슈퍼셀 등 글로벌 게임 IP를 확보해왔습니다. 여기에 QQ뮤직을 비롯한 음악 서비스, OTT, 광고와 클라우드 사업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각각의 콘텐츠를 별도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 생태계 안에서 서로 홍보하고 재가공하는 구조입니다.
핵심에는 약 14억 명이 이용하는 메신저 위챗이 있습니다.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음악과 영상, 게임, 팬 커뮤니티, 결제 서비스를 연결합니다. 새로운 K팝 콘텐츠가 공개되면 음원 스트리밍으로 유입되고, 팬 이벤트와 굿즈 구매로 이어지며, 이용자의 반응은 다시 플랫폼의 추천과 광고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IP 하나가 여러 서비스에서 반복적으로 소비되면서 가치가 커지는 방식입니다.
반면 한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강력한 아티스트와 콘텐츠 IP를 보유하고도 해외 유통과 현지 마케팅에서는 대형 플랫폼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텐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확보하고, 국내 기업들과 공동 제작과 현지 사업을 논의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이 창작과 기획 역량을 제공한다면, 텐센트는 자본과 플랫폼, 이용자 기반을 활용해 IP의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습니다.
이 협력은 분명 기회입니다. 한한령으로 제한됐던 중국 내 K팝 활동이 확대되면 음원, 공연, 굿즈, 광고 등 새로운 수익원이 열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IP 활용권을 넘기는 데 그친다면 부가가치의 상당 부분을 플랫폼이 가져가고, 한국은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물 수 있습니다.
텐센트가 디즈니를 넘어선 매출을 기록한 ‘IP 공룡’으로 성장한 이유는 인기 콘텐츠를 보유했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게임과 음악, 영상과 메신저를 연결해 IP를 끊임없이 확장하는 생태계를 구축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콘텐츠 산업이 장기적인 주도권을 지키려면 해외 플랫폼과 협력하는 동시에, 자체 IP 사업화 역량과 글로벌 유통망을 함께 키워야 합니다. 문제는 중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진출한 뒤 누가 IP의 다음 가치를 만들어내느냐에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372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