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상을 받아도 실제 판매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전시는 무엇을 남길까요? 라스베이거스에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던진 질문은 수출을 준비하는 중소기업에 중요한 화두가 됐습니다. 그는 CES가 기술과 제품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지만, 수상 이후 구체적인 거래로 연결되지 못한 채 돌아가는 기업도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회장이 주목한 무대는 같은 도시에서 열린 ASD마켓위크였습니다. 65년 동안 소매업체와 유통업체, 수입업체를 연결해온 이 전시회에는 실제 상품을 구매하려는 바이어들이 모입니다. 단순히 부스를 설치하고 방문객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참가 기업의 제품 정보를 사전에 바이어에게 전달하고 관심 업체와 상담 일정을 미리 조율합니다.
이번 행사에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마련한 ‘K굿즈 페어’를 통해 한국 기업 140여 곳이 참가했습니다. 일부 기업은 전시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10건, 20건에 이르는 상담 일정을 확보했습니다. 전시회의 성패를 방문객 수나 화려한 수상 경력보다 거래 가능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이유입니다.
여성용품 기업 이너시아의 김효이 대표도 ASD에서 만난 바이어들의 반응이 달랐다고 평가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제품이 화제를 모으는 것과 미국의 좋은 리테일러를 만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지만, ASD에서는 상담이 빠르게 진행됐고 행사 기간 안에 실제 거래를 논의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는 출발점일 뿐입니다. 틱톡과 아마존을 통해 인지도를 높인 뒤 월마트, 전문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장해야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 한국 중소기업에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주목이 아니라, 제품을 매장에 들여놓을 현지 바이어와의 한 번의 계약일지도 모릅니다.
ASD 측은 K뷰티를 시작으로 K스낵, 선물용품, 홈·라이프스타일·패션·푸드 등으로 미국 바이어들의 관심이 넓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ES 혁신상이 기술력을 증명하는 영광이라면, ASD에서의 상담은 그 기술과 제품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현실적인 시험대입니다.
바이럴 다음의 벽, 미국 매장 진입을 여는 유통망 — CES 혁신상 받아도 공치고 가…김기문, 중소기업 美 판로 ASD서 찾는다
틱톡에서 제품이 화제가 되고 아마존 판매량이 늘었다고 해서 미국 시장 진출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확보한 뒤에도 월마트와 전문점, 현지 편집숍의 진열대에 오르기까지는 또 다른 관문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현지 유통망과 바이어를 확보하는 일입니다.
이너시아 김효이 대표는 온라인에서 아무리 제품을 바이럴시켜도 좋은 리테일러를 만나는 일은 전혀 다른 차원의 과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온라인 매출이 커지는 동안에도 수익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들지 못해 성장 구간을 버티지 못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입니다. 미국에 직접 찾아가 매장 입점을 제안하려 해도 신뢰할 수 있는 유통 파트너를 만나는 과정부터 쉽지 않습니다.
ASD마켓위크가 주목받은 이유는 이 지점을 정면으로 겨냥했기 때문입니다. ASD는 참가 기업의 제품 정보를 사전에 미국과 중남미 바이어에게 전달하고, 관심을 보인 바이어가 전시회 전에 상담을 신청하도록 연결합니다. 부스를 설치한 뒤 방문객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구매 가능성이 있는 유통 관계자와 미리 만나는 구조입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기업들은 상담의 질과 속도에서 차이를 체감했습니다. 이너시아는 바이어와의 대화가 빠르게 진행됐고, “이번 주 안에 실제 거래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CES 혁신상 받아도 공치고 가…김기문, 중소기업 美 판로 ASD서 찾는다”는 취지로 ASD의 실질적 성과를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혁신성을 보여주는 전시와 실제 유통 계약을 논의하는 전시는 목적과 결과가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K뷰티 다음은 K스낵·홈·기프트·라이프스타일
미국 바이어의 관심은 이제 K뷰티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ASD 측은 K뷰티를 시작으로 K스낵과 한국 선물 제품으로 관심이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홈, 기프트, 라이프스타일, 패션, 푸드 등으로 한국 소비재의 진출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국내 중소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먼저 소비자 반응을 확인한 기업이라면, ASD와 같은 전시회를 통해 그 반응을 현지 리테일러와 실제 거래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조회 수나 판매 순위가 아니라, 제품을 반복적으로 유통해줄 파트너입니다. 바이럴이 문을 여는 힘이라면, 현지 유통망은 그 문을 통과해 사업을 지속하게 만드는 기반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63305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