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좋아하는 30대 직장인 전모 씨에게 여행지는 지도 위의 도시가 아닙니다. 달리고 싶은 코스가 있는 곳이 곧 여행지가 됩니다.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런트립’부터 북캉스, 빵지순례, 덕질투어까지. 요즘 여행은 “어디로 갈까?”보다 “가서 무엇을 할까?”에서 시작합니다.
한국관광공사가 꼽은 주요 변화 가운데 하나도 일상의 취미를 휴가로 이어가는 ‘라이프케이션’입니다. 평소 즐기던 활동을 여행의 목적으로 삼는 흐름이 커지면서, 여행지를 고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전시를 보러 지방이나 해외로 떠나고, 달리기 코스가 있는 리조트에서 머무는 식입니다.
이런 여행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폭염과 여행 경비 부담이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야외 활동을 줄이거나 휴가를 미루는 사람이 있는 한편, 한정된 시간과 예산을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에 집중해 쓰려는 움직임도 나타납니다. 목적 없이 떠나기보다 좋아하는 취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여행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결국 라이프케이션은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휴가의 이유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행의 만족도를 가르는 기준이 방문한 장소의 수에서 그곳에서 경험한 활동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휴가 가서 왜 고생해?…30대 직장인이 푹 빠진 이색 여행, 취향이 호텔 경쟁력이 되다
전시 관람권을 묶은 호텔 패키지, 리조트 18곳을 잇는 러닝 코스, 객실과 라운지에서 만나는 미술 작품. 여행객이 원하는 경험이 달라지면서 숙박업계의 풍경도 바뀌고 있습니다. 이제 여행은 어디로 갈지뿐 아니라, 그곳에서 무엇을 할지부터 정하는 일이 됐습니다.
조선 팰리스는 예술의전당 전시 관람권과 호텔 미식을 함께 즐기는 아트 스테이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소노인터내셔널은 전국 18개 호텔·리조트의 10㎞ 러닝 코스를 연결한 ‘소노 런트립 180K’를 운영합니다. 숙박에 전시와 달리기를 더해, 호텔에 머무는 시간 자체를 여행의 목적이 되게 한 것입니다.
리조트 전체를 전시 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는 로비와 라운지 등 투숙객의 동선에 작품을 배치해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미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작품을 보기 위해 별도의 전시장을 찾지 않아도 호텔 안에서 문화예술을 만나는 셈입니다.
이처럼 호텔은 잠만 자는 곳에서 취향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여행 경비 부담이 커질수록 사람들은 어디든 다녀오는 대신,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경험에 돈과 시간을 쓰려 합니다. 휴가를 떠나는 이유가 러닝이나 미술 관람처럼 구체적일수록 숙박시설의 매력도 객실과 입지를 넘어 그곳에서 누릴 수 있는 경험으로 평가됩니다.
‘어디서 묵느냐’에서 ‘그곳에서 무엇을 경험하느냐’로. 취향을 여행 상품으로 연결하는 능력이 호텔과 리조트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1058327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