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방에 물려 계신가요?”
메타버스 사이트 ‘투자탈출방’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QQQ 같은 종목을 고르고 평균 매입가를 입력하면 화면에 외딴섬이 나타납니다. 섬에는 같은 종목에 돈이 묶인 사람들이 모여 기도하거나 주저앉아 있고, 누군가는 구조헬기를 기다립니다. 투자자들의 “제발 본전만 찾게 해주세요”라는 마음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셈입니다.
이곳에서 꼭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게임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같은 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를 얻습니다. 혼자 감당하던 답답함을 나누고, 서로의 곁에서 본전 탈출을 기다리는 경험이 공간의 중심입니다.
이런 ‘조용한 동석’은 투자탈출방에만 나타나는 흐름이 아닙니다. 목탁 소리를 들으며 머무는 온라인 사찰, 반려동물을 추모하는 가상공간도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게임보다, 요즘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찾는 것은 같은 관심과 감정을 가진 이들과 한 공간에 함께 있는 경험인지도 모릅니다.
AI가 만든 가상세계, ‘제발 본전만 찾게 해주세요…주식 물린 개미들 바글바글’한 투자탈출방까지
개인이 만든 메타버스 사이트가 552곳, 평일 오후 접속자는 1520명에 달했습니다. 한때 기업과 전문 개발자의 영역처럼 보였던 가상공간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늘어났을까요? 핵심은 AI가 제작의 문턱을 낮춘 데 있습니다.
‘투자탈출방’은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종목과 평균 매입가를 입력하면, 비슷한 종목에 돈이 묶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섬에 도착합니다. “제발 본전만 찾게 해주세요”라는 마음을 나누듯, 이용자들은 기도하거나 구조를 기다립니다.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은 처지의 사람과 한 공간에 머무는 것만으로 경험이 만들어집니다.
이제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 3D 모델링과 복잡한 개발 기술을 모두 익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AI와 대화하며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바이브코딩’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사찰이나 반려동물 추모관처럼 개인의 관심과 감정을 담은 공간이 잇따라 등장했습니다. 메타모아 운영자에 따르면 온라인 사찰이 주목받은 뒤 관련 사이트가 거의 일주일 만에 500개 넘게 생겼습니다.
이 흐름은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기보다 우선 시도하고, 만드는 과정에서 배우는 ‘해봄경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용자는 완성된 가상세계에 접속하는 플레이어를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직접 만드는 창작자가 된 것입니다.
물론 개별 공간의 인기가 오래 이어지거나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공간이 장수하지 않더라도, AI를 활용해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고 원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흐름은 계속될 가능성이 큽니다. 가상세계의 변화는 규모보다도, 이제 누구나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볼 수 있게 됐다는 데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1059065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