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560원 선까지 치솟았던 상반기, 외환당국은 외환보유액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4000억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았습니다. 환율 방어에 달러를 쓰면 보유액이 줄어들 수 있어 시장 개입에도 신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300원대로 내려온 지금, 정부와 한국은행은 수백억달러 규모의 미국 장기 국채 매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431억6000만달러입니다. 고환율 국면을 지나며 보유액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릴 필요성이 커진 데다, 국채 금리가 높아진 시기를 매입 기회로 본 것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미 국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연 5% 이상의 이자 수입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미 국채 매입은 외환보유액을 어떤 자산으로 운용할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달러를 마련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수출 기업이 벌어들인 달러를 서울 외환시장 밖에서 매입하거나, 환율 방어 과정에서 확보한 원화를 활용하는 방식 등이 거론됩니다.
목표는 외환 안전판만이 아닙니다. 한국이 미국 국채의 주요 수요처로 부상하면, 재정적자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부담을 겪는 미국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대미 투자와 통상 현안,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에서 한국의 목소리를 높일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습니다.
다만 매입 규모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이번 구상은 단순한 채권 투자라기보다 외환보유액 운용과 한·미 경제 협력을 함께 겨냥한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이 ‘美국채 큰손 대열’에 합류해 통상 압박을 완화하고 외환 안전판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美국채 큰손 대열 합류…통상 압박 완화하고 외환보유액 늘린다: 국채 매입은 투자일까, 협상의 지렛대일까
미국은 재정적자와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반면 주요 보유국들은 최근 미 국채를 줄이는 흐름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대규모 매입은 미국 국채 시장의 수요를 보태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 10년물 금리는 한때 연 5.31%까지 오른 뒤에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기대하는 효과는 국채 이자 수익에 그치지 않습니다. 외환보유액을 늘리고 한·미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통상과 대미 투자 협상에서 존재감을 높이려는 구상입니다. 미 국채 보유국 순위가 올라가면 협상에 활용할 여지가 커질 수 있고, 통화스와프 논의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다만 국채 매입이 곧바로 통상 압력 완화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매입 규모와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국채를 협상 카드로 삼는 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보유한 채권을 실제로 팔 경우 가격 하락으로 한국의 자산 가치가 줄 수 있고, 시장에 충격을 주면 외교적 부담도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구상은 수익성과 외환 안전판, 외교적 효과를 함께 따져야 하는 선택입니다. 매입 시점과 규모를 신중히 정하고 외환보유액의 유동성과 위험을 관리하는 일이 뒷받침돼야, 투자와 협상력 강화라는 두 목표를 함께 추구할 수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105914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