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이 고객의 계약 해지에 대비해 쌓아둔 준비금이 올해 상반기 64조6892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46.6% 늘어난 규모입니다. 보험사가 벌어들인 이익은 증가했지만, 그중 주주 배당 등에 활용하기 어려운 몫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은 보험사가 계약을 중도 해지한 고객에게 돌려줄 금액이 회계상 보험부채보다 클 때, 그 차액만큼 이익의 일부를 따로 적립하는 법정준비금입니다. 2023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준비금이 급증한 배경에는 신규 보험계약 확대가 있습니다. 새 계약은 앞으로 받을 보험료가 많이 남아 있어 회계상 부채가 상대적으로 작게 계산될 수 있지만, 고객이 해지할 때 돌려줘야 할 금액은 더 클 수 있습니다. 그 차이를 메우기 위해 준비금을 쌓으니, 신계약이 늘수록 적립 부담도 커지는 구조입니다.
변화는 이익잉여금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이익잉여금은 125조697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1% 늘었지만, 그중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37.9%에서 51.5%로 상승했습니다. 이 비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처음입니다.
이는 보험사가 쌓아둔 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 등에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되지만 주주 배당에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64조 역대 최대라는 기록은 단순히 적립액이 커졌다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보험사의 이익이 고객 보호를 위한 준비금으로 더 많이 묶이면서 배당 여력과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배당의 벽과 건전성의 딜레마: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 64조 역대 최대
보험사 해약환급금준비금이 64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커지는 준비금은 주주 배당에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준비금은 이익잉여금에서 적립하지만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상장 보험사 10곳 가운데 지난해 결산 배당을 한 곳은 3곳에 그쳤습니다. 이익잉여금에서 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51.5%로 높아져, 보험사가 쌓아둔 이익의 절반 이상이 묶인 셈입니다.
자본 건전성에 미칠 영향도 주목됩니다. 내년부터 보험사는 기본자본 지급여력(K-ICS) 비율을 5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합니다. 해약환급금준비금이 이익잉여금을 초과하면 그 초과분이 기본자본에서 제외돼 건전성 지표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현재 80~100%인 적립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기준을 완화하면 보험사들이 신계약을 늘리는 데 더 적극적으로 나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보험계약자를 보호하면서 보험사의 배당과 자본 부담도 덜어낼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2293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