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 명의 고객을 모으고 누적 거래액 300억원을 기록했지만, 정식 사업자로 가는 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2018년 창업해 7년을 달려온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 앞에 마지막 순간 나타난 관문은 경쟁인가였습니다.
부동산 조각투자에 맞는 인가체계가 없던 시절, 루센트블록은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고객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금융회사들을 설득해 신탁사가 부동산을 맡고, 루센트블록이 투자자를 모집하고 거래를 중개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정식 사업을 준비하기까지 심사에만 2년 반 넘게 걸렸습니다.
그 결과 2022년 문을 연 플랫폼 ‘소유’는 지난해 9월 이용자 50만 명, 누적 거래액 300억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회사는 긴 실증을 마치면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정식 인가를 신청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금융당국은 유통사업자를 최대 두 곳으로 제한하고, 점수에 따라 사업자를 선정하는 경쟁인가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넥스트레이드·신한투자증권 등이 참여한 NXT컨소시엄과 한국거래소·코스콤·증권사들이 참여한 KDX가 경쟁에 나섰습니다. 스타트업인 루센트블록이 대형 금융기관과 맞붙게 된 것입니다.
올해 2월 두 컨소시엄은 예비인가를 받았고, 소유의 신규 거래는 멈췄습니다. 허 대표가 문제 삼는 것은 단순히 경쟁에서 탈락한 사실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제도 안에서 사업을 실증하고 고객을 모은 뒤에야 새로운 경쟁 절차를 알게 됐다는 점입니다. 그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요청한 것도 자동 인가가 아니라,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다시 심사받을 기회였습니다.
패배가 아니라, 다시 심사받을 기회를 원한다 — 7년 간 맨땅에 헤딩했는데…최종 관문 뒤에 최최종 관문 있었다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뒤 소유의 신규 거래는 멈췄다. 기존 고객의 배당과 자산관리 기능만 유지하고 있지만, 추가 인가의 길이 열리지 않으면 회사의 존립을 장담하기 어렵다.
허세영 대표가 바라는 것은 자동 인가가 아니다. 4년간의 실증 성과와 규제 준수 능력을 다시 평가받고, 요건을 갖췄다면 다른 사업자와 시장에서 경쟁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그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동으로 인가를 달라는 게 아니다”라며 재심사의 기회를 호소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사업을 시험하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제도권 진입을 모색하도록 마련된 장치다. 그렇다면 샌드박스 안에서 오랜 기간 실증하며 고객과 서비스를 쌓아온 기업의 경험은 정식 인가 과정에서 어디까지 고려돼야 할까? 혁신을 시험하도록 문을 연 제도가 창업자의 긴 도전을 어떻게 이어줄지, 이제 그 답을 물을 때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1395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