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경유값을 낮추려 미국이 러시아산 연료 수입의 문을 다시 열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금지해 온 거래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겁니다.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승부수는 왜 ‘악마와의 거래’라는 비판을 불러왔을까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 공급에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은 임시 일반면허를 발급해 내년 4월 7일까지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전쟁 여파로 연료비가 급등한 가운데, 가격 부담을 낮춰 유권자와 농장주·목장주 등 전통적 지지층의 불만을 달래려는 선택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반발도 거셉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은 러시아에 전쟁 자금을 보태는 조치라고 비판했고,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는 이를 “악마와의 거래”라고 규정했습니다. 공화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은 러시아에 이익을 주는 반면 미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효과는 작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수입 물량이 제한적인 데다, 공급난의 근본 원인으로 꼽히는 정제시설 부족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러시아산 경유가 들어오더라도 기존 구매자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게 되면 세계 시장의 공급이 늘기보다 물량의 이동 경로만 바뀔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이번 합의는 연료비를 잡으려는 국내 정치적 압박과 러시아를 압박해 온 국제 공조가 충돌한 사례입니다. 가격 안정 효과가 제한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료비 부담을 충분히 덜지 못한 채 우크라이나와 동맹국의 반발만 키웠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값은 내릴까, 동맹의 균열만 커질까 — 결국 러시아산 경유 들이는 트럼프…민주당·우크라 “악마와의 거래” 맹폭
미국 안팎의 반발에도 러시아산 경유 수입 합의는 추진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치솟은 연료비를 낮추려는 선택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가격 인하 효과가 얼마나 클지는 불투명합니다. 경유 공급량이 제한적인 데다, 시장의 근본적인 병목으로 지목된 정제시설 부족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 에너지 분석가들은 러시아산 경유가 들어와도 기존 구매자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는 식으로 물량의 이동 경로만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한 분석가는 이번 합의로 미국 시장에 단기적으로 추가될 물량이 하루 약 7만4000배럴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이 하루 약 360만 배럴의 경유를 생산하고 그중 상당량을 수출하는 점을 고려하면, 합의만으로 전국적인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대러 제재 완화가 러시아에 제공할 경제적 이익은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은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되살릴 수 있다며 반발했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 의원들도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데 러시아에 이익을 줄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우려가 커지면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에너지 수급 대책을 넘어 서방의 대러 공조를 흔드는 문제로 번지고 있습니다.
결국 경유값 안정이라는 실익은 작고 러시아의 전쟁 자금과 서방의 분열만 커진다면, 그 대가는 누가 치르게 될까요? 미국 소비자는 가격 인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할 수 있고,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지속하는 러시아를 압박할 수단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는 물가를 잡지 못한 채 외교적 갈등과 정치적 역풍만 떠안는 상황도 부담입니다.
따라서 이번 합의의 성패는 약속한 물량이 실제로 공급되는지뿐 아니라, 미국 내 경유 가격을 얼마나 낮추는지로 가려질 전망입니다. 가격 효과가 미미하다면 ‘악마와의 거래’라는 비판은 더 거세지고, 대러 제재와 동맹 관계를 둘러싼 논쟁도 한층 깊어질 수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731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