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도 받지 못했는데 원청의 빚까지 대신 갚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제주 빌라 공사에 참여한 전기 하도급업체 A사는 “보증을 서지 않으면 PF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는 시공사의 압박에 연대보증을 섰습니다. 수주액은 20억원 남짓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공사는 공사 기한을 지키지 못했고, 하도급 계약은 결국 무산됐습니다. A사는 공사비를 받지 못한 데다 시공사의 채무까지 떠안았습니다. 채무를 갚지 못하자 신탁사는 A사에 21억원 규모의 채권 가압류를 신청했습니다.
연간 이익이 15억원인 A사는 가압류로 신규 수주마저 어려워져 도산 위기에 놓였습니다. 시공사의 자금난이 하도급업체의 위기로 번진 셈입니다. 신탁사는 나아가 A사 대표에게 개인 연대보증까지 요구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보증을 요구한 금융기관이 새마을금고였다는 점입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업체 같은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새마을금고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법의 보호 밖에 놓인 하도급업체가 원청의 빚을 떠안는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12조원 보증의 청구서, 만기는 다가온다 — 새마을금고 연대보증 족쇄에…부도 내몰린 하도급社
A사만의 일이 아닙니다. 새마을금고 PF 대출에서 하도급업체 등 제3자가 연대보증을 선 사업장은 454곳, 보증액은 12조4176억원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대출의 68%인 6조9000억원은 연내 만기를 맞습니다.
문제는 원청인 시공사가 대출을 갚지 못할 때 그 부담이 하청업체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금소법은 금융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3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행위를 금지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같은 PF 대출이라도 금융회사에 따라 하도급업체를 보호하는 기준이 달라지는 셈입니다.
위험을 줄이려면 새마을금고에도 제3자 보증을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합니다. 사업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하도급업체에 보증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대출 심사와 보증 조건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이미 보증을 선 업체에는 만기 도래 상황을 점검하고 피해를 예방할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원청의 자금난이 하청의 도산으로 번지지 않도록 제도적 보호가 시급합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30569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