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와 전으로 이미 배가 꽉 찼는데도 달콤한 송편 앞에서는 젓가락이 다시 움직입니다. 정말 ‘디저트 배’가 따로 있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뇌의 식욕 조절 방식에서 찾았습니다.
독일 막스플랑크 대사연구소 연구진은 생쥐가 배부른 상태에서도 당분이 많은 먹이를 추가로 먹는 현상을 관찰했습니다. 일반 먹이를 더 줬을 때보다 당 함량이 높은 먹이를 줬을 때 추가 섭취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식사를 멈추게 하는 데 관여하는 시상하부의 POMC 뉴런이 이 과정에도 연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뉴런이 보낸 신호는 베타엔도르핀을 통해 다른 신경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당 섭취를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배부름을 알리는 뇌의 신호가 단것을 향한 욕구와 함께 작동할 수 있는 셈입니다.
여기에 ‘감각특이적 포만감’도 더해집니다. 같은 음식을 계속 먹으면 그 맛의 매력은 줄지만, 아직 먹지 않은 음식은 상대적으로 먹고 싶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갈비와 전을 충분히 먹은 뒤에도 송편의 달콤한 맛이 새롭게 당기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현상입니다.
다만 핵심 뇌 회로를 확인한 연구는 생쥐를 대상으로 했고, 사람에게서는 관련 뇌 영역이 설탕에 반응하는 단서가 관찰됐습니다. 그러니 ‘디저트 배’가 별도로 있다기보다, 배부름과 단맛에 대한 욕구가 뇌에서 다르게 조절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배 터지게 먹었는데 송편은 또 들어가더니…놀라운 결과: 전은 질리고 송편은 당기는 뇌의 전략
배부름은 모든 음식에 똑같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같은 전을 계속 먹으면 손이 멈추지만, 송편이 등장하는 순간 식욕이 되살아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감각특이적 포만감이 꼽힙니다. 한 가지 음식을 반복해서 먹으면 그 음식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점점 줄어듭니다. 반면 아직 먹지 않은 음식은 상대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1981년 바버라 롤스 연구진은 참가자 32명에게 한 가지 음식으로 점심을 먹게 한 뒤 여러 음식의 맛을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방금 먹은 음식의 맛을 먹지 않은 음식보다 덜 좋게 평가했습니다. 포만감이 모든 음식에 일률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음식이 바뀌면 실제 섭취량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같은 연구진이 1984년 발표한 실험에서는 참가자 48명에게 점심을 네 차례 제공했습니다. 매번 다른 음식을 먹은 경우, 같은 음식을 반복해 먹었을 때보다 총섭취 열량이 60% 많았습니다.
짭짤한 전이나 갈비를 충분히 먹으면 비슷한 맛의 음식은 덜 당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달콤한 송편은 맛과 향이 달라 상대적으로 새롭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배가 불러도 “이건 또 들어가네” 하며 손이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송편이 들어가는 이유를 감각특이적 포만감 하나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앞서 연구진이 생쥐에서 확인한 것처럼, 포만감과 당 섭취에 관여하는 뇌의 작용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익숙한 추석 밥상에서 벌어지는 ‘디저트 배’에는 음식의 변화와 뇌의 반응이 함께 얽혀 있는 셈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21437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