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나라로 불리던 독일에서 산업 지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폭스바겐이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한 오스나브뤼크 공장을 매각하고, 군수품 생산시설로 전환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공장은 앞으로 이스라엘 국영 방산업체 라파엘의 방공시스템 관련 생산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동차를 만들던 대규모 공장이 방산 생산기지로 바뀐 것은 단순한 공장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숙련된 제조 인력과 생산설비를 갖춘 기존 산업 기반을 방위산업에 활용해, 유럽의 무기 생산능력을 빠르게 확충하려는 흐름이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무기를 해외에서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려 한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국방예산 32.6% 증가…독일이 유럽 방산의 중심으로
독일의 방산 전환을 이끄는 가장 큰 배경은 국방비 증액입니다. 독일의 핵심 국방예산은 올해 822억유로에서 내년 약 1090억유로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증가 폭은 32.6%에 달합니다. 향후 5년간 국방 분야에 투입될 예산도 7000억유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러시아의 위협이 지속되는 가운데 유럽 각국이 방위력 강화에 나서면서, 독일은 거대한 방산 수요가 모이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독일을 거점으로 삼으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시장에 접근하기 쉬운 데다, 현지 기업과의 공동개발·생산을 통해 유럽의 현지화 요구에도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라인메탈을 비롯한 독일 방산업체뿐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 등 글로벌 기업들도 독일 생산기지 확보와 협력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원래 자동차 나라였는데”…‘방산 격전지’ 된 독일, 韓 기업도 정조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한국 기업에는 수출보다 현지화가 중요해졌다
한국 방산업체들도 독일을 단순한 판매 시장이 아니라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보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에 현지 사무소를 마련했고,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유럽 방공시장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중·장거리 방공미사일과 초단거리 방공체계를 연계하고, 단거리 방공용 신규 미사일을 공동 개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개발에 그치지 않고 유럽 내 생산과 판매까지 염두에 둔 협력입니다. 뮌헨에 유럽 사무소를 마련한 것도 현지 고객과 파트너사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이제 유럽 시장에서는 한국에서 무기를 완성해 수출하는 방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현지 생산시설, 기술 협력, 부품 조달망, 공동개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수주 경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독일의 재무장은 한국 기업에 큰 기회인 동시에 만만치 않은 경쟁 환경을 의미합니다. 늘어난 국방예산을 둘러싸고 현지 기업과 미국 방산업체가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에서 얼마나 빠르게 현지 협력망을 구축하고 유럽의 산업·조달 기준에 적응하느냐가 향후 성패를 가를 전망입니다.
한국 방산의 선택, 수출을 넘어 독일 현지화로: “원래 자동차 나라였는데”…‘방산 격전지’ 된 독일, 韓 기업도 정조준
이제 한국 방산업체들은 완성된 무기를 한국에서 생산해 유럽으로 보내는 방식만으로는 시장의 문을 열기 어려워졌습니다. 독일이 국방비를 대폭 늘리고 유럽 방산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현지 생산과 공동개발을 포함한 현지화 전략이 수주 경쟁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독일에 현지 사무소를 마련하며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단순한 판매 조직을 넘어 독일 정부와 현지 방산업체의 요구를 파악하고, EU·NATO 회원국으로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도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과 손잡고 방공 분야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양사는 중·장거리 방공미사일과 초단거리 방공체계를 연계하고, 단거리 방공용 신규 미사일의 공동 개발 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뮌헨에 유럽 사무소를 마련한 것 역시 공동개발부터 생산, 판매까지 이어지는 협력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독일 현지화가 중요한 이유
독일을 거점으로 삼으면 유럽 주요 국가와의 사업 접근성이 높아집니다. 현지 기업과 생산시설을 공유하거나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면 유럽산 부품 비중, 기술 협력, 지역 일자리 창출 등 까다로워지는 현지화 요구에도 대응하기 수월합니다.
이는 유럽이 단순히 해외에서 무기를 구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체 생산 능력과 방산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폭스바겐의 오스나브뤼크 공장이 군수품 생산시설로 전환되는 사례는 독일의 제조업 기반이 방산 생산 역량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회와 경쟁이 동시에 커지는 시장
독일의 재무장은 한국 기업에 거대한 기회이지만, 누구에게나 열린 시장은 아닙니다. 라인메탈을 비롯한 현지 업체들은 자국 산업 기반과 정부·군과의 네트워크를 앞세우고 있으며, 미국 방산기업들도 확대된 독일 국방예산을 겨냥해 생산능력과 협력망을 넓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방산의 경쟁력은 가격과 납기만으로 결정되기 어렵습니다. 독일 기업과의 신뢰 관계, 현지 생산시설 확보, 기술 공동개발, EU 조달 규정 대응 능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받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독일은 한국 방산에 새로운 수출 시장이면서 동시에 현지화 역량을 검증받는 시험대입니다. 독일을 발판으로 유럽 협력망을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이번 재무장 흐름이 일회성 수출 확대에 그칠지 유럽 방산 생태계에 깊이 진입하는 계기가 될지가 갈릴 전망입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business/121582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