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이 러시아 물류창고를 덮친 순간,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국적은 왜 공개되지 않았을까요?
올여름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와일드베리스의 물류창고 여러 곳이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소 9명이 숨지고 대형 물류시설이 마비됐지만, 러시아 당국은 사망자들의 국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현장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들의 피해 여부를 둘러싼 의혹도 커지고 있습니다.
남한 정보 당국과 관련 기관은 공격받은 물류창고 가운데 최소 한 곳에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사망자 전원이 북한 국적이라고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전쟁 위험이 커지는 지역의 물류·생산 현장에 북한 인력이 배치되고 있다는 정황은 잇따르고 있습니다.
물류센터를 넘어 전쟁 물자 생산시설까지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향하는 곳은 물류창고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농장과 섬유공장, 식품 가공시설은 물론 러시아의 드론 생산공장과 같은 전쟁 관련 시설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동원된 것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다국적 제재 심의팀은 보고했습니다.
문제는 이들이 위험한 작업장에 배치되면서도 충분한 안전 정보나 선택권을 보장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러시아 구직 사이트에는 와일드베리스 물류창고의 한국어 통역사를 모집하는 공고가 계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드론 공격 이후에도 북한 인력이 현장에 남아 있거나 추가로 배치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수입 대부분 빼앗기는 구조
북한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인력을 보내는 가장 큰 이유는 외화입니다. 러시아에 체류하는 북한 노동자는 1만5000명에서 3만 명 규모로 추산되며,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중국 파견 노동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노동자가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많지 않습니다. 탈북 노동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임금의 최대 90%를 차압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국적 제재 심의팀은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벌어들인 자금을 핵·미사일 개발 등 정권의 핵심 사업에 전용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 달에 약 1800달러를 벌 수 있다는 점은 북한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기회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장시간 노동과 감시, 임금 착취뿐 아니라 언제 닥칠지 모르는 드론 공격의 위험까지 감당해야 합니다.
러시아의 구인난이 만든 위험한 거래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민들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러시아 기업들은 규율이 엄격하고 이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는 북한 인력을 적극적으로 찾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러시아의 수요를 외화벌이 확대의 기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유엔 제재상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금지돼 있지만, 양국은 유학이나 교육을 명목으로 한 비자 발급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습니다.
결국 러시아에는 노동력이 필요하고, 북한 정권에는 외화가 필요합니다. 이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은 안전지대가 사라진 러시아의 공장과 물류센터로 향하고 있습니다. 드론 폭격 현장에서 국적이 공개되지 않은 이유는 단순한 행정상의 문제가 아니라, 전쟁과 제재를 둘러싼 양국의 불편한 현실을 감추는 장막일 수 있습니다.
“드론 폭격 날아드는 러 물류창고로 내몰려”…북한 여성들의 위험한 외화벌이: 한 달 1800달러의 기회, 정권이 가져가는 90%의 대가
북한 노동자에게 러시아 파견은 위험하지만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기회입니다. 한 달 수입이 약 18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북한 내부에서는 평생 만지기 힘든 거액이지만, 실제 노동자가 손에 쥐는 돈은 극히 일부에 그칩니다. 탈북 노동자들의 증언과 국제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이 임금의 최대 90%를 각종 명목으로 차압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외화가 핵·미사일 자금으로
북한 정권이 인력 송출을 확대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노동자가 벌어들인 외화 가운데 상당 부분을 정권이 회수해 통치 자금과 핵·미사일 개발 비용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다국적 제재 심의팀은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을 통해 막대한 외화를 확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자는 선택권과 안전을 동시에 잃습니다. 장시간 노동과 감시를 견뎌야 하는 데다, 러시아의 물류창고와 공장처럼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 위험이 있는 시설에도 배치될 수 있습니다. ‘드론 폭격 날아드는 러 물류창고로 내몰려’라는 상황은 외화벌이가 단순한 취업 문제가 아니라 인권과 안보가 얽힌 문제임을 보여줍니다.
러시아의 1100만 명 구인난이 만든 수요
러시아는 전쟁 장기화로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노동부는 2030년까지 약 1100만 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중앙아시아 출신 이주 노동자들이 이탈하거나 유입이 줄어들자, 러시아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통제가 쉽고 이탈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는 북한 인력을 대안으로 찾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건설 현장 중심으로 남성 노동자가 파견됐지만, 최근에는 여성 노동자까지 농장·식품 가공·섬유·식당·물류센터 등으로 투입되는 양상입니다. 유엔 제재를 피하기 위해 유학이나 교육을 명목으로 비자를 발급하는 방식도 활용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겉으로는 학생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생산 현장의 노동력으로 기능하는 셈입니다.
파견 확대의 끝은 어디인가
앞으로 러시아의 인력 부족이 심해지고 북한의 외화 수요가 커질수록 파견 분야와 규모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류와 제조업을 넘어 군수 관련 시설까지 북한 노동자가 배치될 경우, 노동자들은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변수는 국제사회의 감시와 현지 안전 문제입니다. 드론 공격이 반복되거나 노동자들의 인권 침해와 탈주 사례가 늘어나면 러시아와 북한 모두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생존을 위한 기회가 정권의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전환된 현재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위험한 외화벌이는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입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571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