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애플 피자를 좋아하시나요?” 단순한 취향을 묻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이 답변만으로도 정치 성향의 단서를 짐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연구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사람은 보수 성향의 사람보다 파인애플 피자에 더 관대한 경향을 보인다고 합니다. 물론 피자 취향이 곧 정치적 신념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생각이 정말 온전히 ‘내 것’인지 돌아보게 만드는 흥미로운 출발점입니다.
신간 은 이처럼 엉뚱해 보이는 연구에서 출발해 인간의 사고가 형성되는 과정을 추적합니다. 외모가 매력적인 사람일수록 자유시장과 능력주의를 지지하는 경향, 조상이 쌀농사를 지었는지 밀농사를 지었는지가 집단주의적 성향에 미치는 영향, 기후가 권위주의적 지도자 선호와 연결될 가능성까지 다양한 사례가 등장합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합니다. 내가 합리적 판단이라고 믿는 생각 뒤에는 어떤 환경과 경험, 유전적·문화적 조건이 자리하고 있을까? 우리가 가진 신념은 순수한 논리의 결과라기보다 성장한 환경과 사회적 경험이 복합적으로 빚어낸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환경과 유전자에 완전히 결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성향과 결정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틀렸거나 무지해서가 아니라, 각자가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생각해왔기 때문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 제안하는 양극화의 해법은 의외로 더 많은 논쟁입니다. 의견 차이를 없애기보다 서로 다른 관점과 부딪치며 자신의 사고가 가진 맹점을 발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생각은 혼자 다듬는 관념이 아니라, 타인과 부딪치며 더욱 정교해지는 ‘접촉 스포츠’일지도 모릅니다.
파인애플 피자에 관대하면 진보 성향이라고? 신간 《사고의 품격》이 말하는 생각의 접촉 스포츠
쌀농사를 지은 조상과 밀농사를 지은 조상. 덥고 습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과 춥고 건조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은 우리가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의견 충돌은 단순히 누가 옳고 누가 무지한지를 가리는 문제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파인애플 피자에 관대하면 진보 성향이라고? 신간 ’이라는 질문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음식 취향처럼 사소해 보이는 선택과 정치적 성향 사이에 일정한 경향이 나타난다면, 우리의 판단은 순수한 논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기후, 지리, 성장 배경, 유전적 특성 같은 조건이 생각의 방향에 조용히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는 인간이 환경과 유전자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성향과 결정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어떤 방향으로 기울기 쉬운 경향이 있더라도, 우리는 다른 관점을 배우고 자신의 판단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내 생각에도 보이지 않는 배경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때, 타인의 의견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집니다.
신간 《사고의 품격》이 제시하는 양극화의 해법은 의견 차이를 없애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많이 부딪치고 논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로 다른 관점과 접촉할 때 우리는 자신의 사고가 놓친 전제와 맹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논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싸움이 아니라 생각의 경계를 넓히는 과정이 될 수 있습니다. 내 믿음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살피고, 타인의 판단에도 나름의 조건과 맥락이 있음을 이해하는 것. 결국 생각은 머릿속에 고립된 관념이 아니라, 타인과 부딪치며 다듬어지는 접촉 스포츠에 가깝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171920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