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이 더 넓은 지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브릭스 10개국 정상들이 한목소리로 “최대한 자제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공동성명에는 미국의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 않았지만, 메시지가 겨냥한 대상은 사실상 분명했습니다.
브릭스 정상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은 일방적 제재와 2차 제재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무역을 왜곡하는 관세와 비관세 조치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압박과 제재, 중동 개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외교적 표현은 절제됐지만,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문제를 제기하는 공동 전선은 뚜렷해진 셈입니다.
이번 회의에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참석한 점도 상징적이었습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중동 안보를 역내 국가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외부 세력의 개입을 비판했습니다. 브릭스가 단순한 경제 협력체를 넘어 국제 분쟁과 제재 문제에 대해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다만 회원국들의 이해관계가 완전히 일치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동맹국인 아랍에미리트(UAE)는 이란을 직접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정상들이 ‘확전 방지’와 ‘일방적 제재 반대’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유지했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뉴델리 선언은 브릭스 내부의 균열을 드러내면서도, 미국에 맞선 연대가 현실의 외교 의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됐습니다.
손을 맞잡은 중국과 인도, 브릭스의 미래를 바꿀까 — 美보란듯 “중동문제 최대한 자제” 촉구
미국을 견제하는 공동성명보다 더 뜻밖의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국경 충돌 이후 얼어붙었던 중국과 인도가 7년 만에 다시 손을 맞잡은 것입니다. 경쟁자였던 두 나라가 서로를 “위협이 아닌 발전의 기회”이자 “파트너”라고 표현하면서, 브릭스는 단순한 정치적 선언을 넘어 새로운 국제 질서를 만들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양국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두 나라는 무역 불균형과 공급망 문제, 예측 가능한 시장 접근성 등 그동안 쌓여온 경제 현안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국경 문제와 안보 갈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경제 협력을 통해 관계 개선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입니다.
경쟁에서 협력으로, 브릭스의 무게중심 변화
중국과 인도는 세계 인구와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입니다. 두 나라가 브릭스 안에서 협력한다면 회원국 간 경제 연계와 공급망 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서방의 제재와 관세에 대응해 무역 결제, 에너지 공급, 제조업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에도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브릭스 정상들은 “美보란듯 ‘중동문제 최대한 자제’ 촉구”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중동 분쟁의 확전을 막고 일방적인 제재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브릭스의 실제 영향력은 공동성명의 문구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정치적 차이를 관리하면서 실질적인 경제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국경과 신뢰
물론 이번 만남만으로 양국 갈등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2020년 국경 충돌 이후 군사적 긴장과 상호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가 공급망과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관계라는 점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관건은 정상 간 화해 분위기를 실무 협력으로 이어가는 것입니다. 국경 지역의 긴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무역 장벽을 낮추며,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교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진전이 쌓일 때 브릭스는 미국과 서방을 비판하는 협의체를 넘어, 독자적인 경제·외교 플랫폼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이번 중국·인도 정상회담은 브릭스의 미래가 내부의 갈등을 없애는 데 있지 않다는 점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들이 경쟁을 지속하면서도 필요한 분야에서는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나라의 손맞잡기가 일시적인 외교적 장면에 그칠지, 브릭스의 구조적 변화를 이끄는 출발점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질적인 합의와 실행에 달려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5156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