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대기업의 사업재편 키워드는 단연 인적분할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인적분할을 결정한 기업은 한화, 현대홈쇼핑, 카카오 등을 포함해 모두 10곳에 이릅니다. 이는 2024년 8곳, 2025년 7곳의 연간 기록을 이미 넘어선 수치입니다.
반면 과거 기업들이 선호했던 물적분할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물적분할은 핵심 사업부를 자회사로 떼어낸 뒤 모회사가 그 지분을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신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자회사 상장 과정에서 기존 모회사 주주가 소외될 수 있다는 비판이 커졌습니다. LG화학에서 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 이후 이러한 논란은 더욱 거세졌고, 관련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에게 상대적으로 친화적인 대안으로 평가됩니다. 회사를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으로 나누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 지분율에 따라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기 때문입니다. 주주 입장에서는 투자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별로 분리된 두 기업에 계속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이 인적분할을 선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복합기업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서입니다. 서로 성격이 다른 사업이 한 회사에 묶이면 각 사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투자 부문과 사업 부문, 제조와 연구개발 부문 등을 분리하면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별 가치도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카카오와 현대홈쇼핑이 인적분할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핵심 사업에 집중하려는 목적이 깔려 있습니다.
둘째, 신사업 투자와 외부 자금 유치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바이오·AI·반도체처럼 장기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는 별도 법인으로 분리할 때 전문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쉽습니다. 코오롱제약은 신약개발 부문을 독립시켜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려 하고 있으며, SK브로드밴드는 인프라 사업을 인적분할하면서 KKR과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으로부터 3조800억 원을 조달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에서 “한화·신세계도 쪼갠다…대기업 사업재편 우회로로 뜨는 인적분할”이라는 현상은 단순한 조직 개편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한화의 경우 사업 부문별 책임경영과 승계 구도를 정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고, SSG닷컴의 분할 역시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와 연결된 사전 작업으로 해석됩니다. 기업들은 주주 보호 논란을 줄이면서도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필요한 사업에는 외부 자금을 유치하려는 것입니다.
다만 인적분할이 항상 주주가치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분할 이후 존속회사의 성장성이 약해질 수 있고, 신설법인에 투자한 재무적 투자자가 자금 회수를 위해 향후 상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경우 인적분할로 피했던 중복상장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습니다.
결국 인적분할의 성패는 회사를 나누는 방식보다 분할 이후 각 법인이 어떤 사업 전략과 주주환원 정책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대기업의 새로운 승부수는 주주 보호와 신사업 투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섰습니다.
주주 보호인가, 지배구조의 또 다른 우회로인가 — 한화·신세계도 쪼갠다…대기업 사업재편 우회로로 뜨는 인적분할
인적분할은 기존 주주가 존속회사와 신설회사 주식을 모두 받는다는 점에서 물적분할보다 주주 친화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습니다.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떼어낸 뒤 모회사의 기존 주주가 신설회사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못하는 물적분할과 달리, 인적분할에서는 분할 전 주주의 지분 비율이 두 회사에 그대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주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기업가치 상승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2016~2023년 인적분할 45건 가운데 재상장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분할 전보다 증가한 사례는 11건에 그쳤습니다. 기업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업별 가치가 명확해질 수 있지만, 반대로 존속회사의 성장 동력과 투자 매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한화·신세계도 쪼갠다…대기업 사업재편 우회로로 뜨는 인적분할이라는 흐름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사업 효율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화의 경우 계열사 인적분할이 방산·에너지, 금융, 테크·라이프 부문을 나누고 후계자별 역할을 정리하는 승계 작업과 맞물려 있습니다. SSG닷컴의 분할 역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사이의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조치로 해석됩니다. 사업 재편이라는 명분 아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경영권 구도를 정리하는 효과까지 노리는 셈입니다.
외부 투자 유치 역시 인적분할의 중요한 목적입니다. 독립된 신설회사는 특정 사업에 집중할 수 있어 투자자에게 사업 가치를 설명하기 쉽고,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인공지능·바이오·인프라 분야의 투자도 유치하기 수월합니다. 그러나 재무적 투자자(FI)가 참여한 신설회사는 언젠가 투자금 회수라는 과제를 안게 됩니다. 향후 기업공개(IPO)가 추진되면 당장은 피한 중복상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모회사 주가가 할인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인적분할의 평가는 ‘물적분할보다 낫다’는 비교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분할 이후 각 회사가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지, 기존 주주에게 사업 가치가 실제로 돌아가는지, 그리고 지배구조 개편이나 투자자 회수를 위해 또 다른 상장이 추진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인적분할이 주주 보호와 사업 전문화를 위한 해법이 될지, 아니면 지배구조와 쪼개기 상장을 둘러싼 새로운 논란의 출발점이 될지는 분할 이후의 행보에 달려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669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