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영안실보다는 중환자실…호신술 검색 5000% 폭증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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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by 한국경제

80kg이 넘는 남성이 기자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정면으로 힘을 주어 뿌리치려 했지만 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팔을 뒤로 당길수록 손목만 더 조여 왔다. 힘으로는 빠져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짧은 순간에 깨달았다.

방법을 바꾸자 상황이 달라졌다. 손목을 억지로 잡아 빼는 대신 방향을 살짝 틀고, 몸의 중심을 돌렸다. 그러자 단단히 조이던 손이 느슨해졌다. 상대의 힘과 맞서는 것이 아니라 관절과 몸의 움직임을 이용해 탈출할 틈을 만든 것이다.

서울 강북구의 한 크라브마가 체육관에서 진행된 훈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칼을 든 상대의 공격을 가정하자 머릿속이 순간 하얘졌다. 몸을 먼저 피해야 할지, 칼을 든 손을 막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공포 앞에서 몸이 굳는 느낌은 생생했다.

크라브마가가 강조하는 것은 상대를 쓰러뜨리는 기술이 아니다. 위험한 순간 치명상을 피하고, 가능한 한 빨리 현장을 벗어나는 것이다. 공격을 막은 뒤 상대의 중심을 흐트러뜨리고 도망치거나, 소지품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힘겨루기를 하기보다 상대 쪽으로 밀어 탈출할 공간을 만드는 식이다. 목이 졸린 상황에서도 목표는 제압이 아니라 몸을 빼내 달아나는 데 있다.

반복 훈련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협을 처음 마주하면 몸이 얼어붙거나 본능적으로 웅크리기 쉽다. 하지만 비슷한 동작을 여러 차례 연습하면 공포 속에서도 최소한의 대응이 나올 수 있다. 기술 하나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멈춰 서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호신술은 자신을 싸움의 승자로 만드는 훈련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선택지를 늘리는 훈련에 가깝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시민들이 배우려는 것도 결국 싸움이 아니라 도망치는 법이다. ‘영안실보다는 중환자실…호신술 검색 5000% 폭증한 이유’라는 현상은 공포가 커진 만큼, 위험한 순간 살아남고 싶다는 절박함도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호신술 검색 5000% 폭증, 불안은 왜 개인의 몫이 됐나

최근 한 달간 국내에서 ‘호신술’을 검색한 횟수는 전월과 전년 동기 대비 모두 5000% 이상 치솟았다. 단순히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결과로만 보기 어려운 수치다. 시민들이 체육관을 찾은 이유는 강해지고 싶어서라기보다, 위협적인 상황에서 스스로 빠져나올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

사람들은 경찰이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의 허위 종결이나 대응 실패 사례가 알려지면 이 믿음은 흔들린다.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가 나를 지켜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커지는 순간, 안전에 대한 책임은 개인에게 되돌아온다.

실제로 호신술 검색 관심도가 최고치에 이른 시점은 경찰의 실종 사건 처리 문제가 보도된 때와 겹쳤다. 이 같은 흐름이 검색량 급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권력에 대한 불안이 시민들의 행동에 영향을 준 정황으로는 볼 수 있다. 경찰의 도움을 기다리기보다 호신술 도장이나 복싱장을 찾아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이른바 ‘예방의 사유화’다. 범죄를 막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은 본래 공공기관의 책임에 가깝지만, 안전망에 대한 신뢰가 약해지면 시민은 스스로 대비책을 마련한다. 호신술을 배우고, 귀가 경로를 바꾸고, 방범용품을 구매하는 식으로 불안을 개인의 비용과 노력으로 감당하게 된다.

다만 호신술이 국가 안전망을 대신할 수는 없다. 훈련은 위기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도망칠 선택지를 마련해줄 수 있지만, 모든 범죄를 예방하거나 피해를 막아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민이 호신술을 배워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위험에 처했을 때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믿음을 회복하는 일이다.

‘영안실보다는 중환자실…호신술 검색 5000% 폭증한 이유’라는 말에는 시민들의 절박한 심리가 담겨 있다. 다치더라도 살아남고 싶다는 현실적인 바람, 그리고 적어도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한 채 피해자로 남고 싶지는 않다는 불안이다. 호신술 수요의 증가는 운동 유행을 넘어, 무너진 안전 신뢰가 개인의 몸과 지갑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32022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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