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과 설비 투자에 써야 할 자금이 주가 방어와 유상증자로 흘러가고, 끝내 경영권까지 넘어갔다면 어떨까요? 기업을 정리해 시장 건전성을 높이려던 상장폐지 기준이 오히려 성장 기업을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코스닥에서 퇴출하기 위해 시가총액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하고 있습니다. 내년 상장폐지 기준선으로 거론되는 시가총액 300억 원을 밑도는 종목은 올해 초 182개에서 4일 기준 334개로 늘었습니다. 정책 발표 이후 투자자 매도세가 커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주장입니다.
특히 기술특례상장 기업들의 부담이 큽니다. 이들은 당장의 수익성보다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상장한 만큼, 일정 기간 재무 요건이 유예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시가총액 요건이 강화되자 일부 기업은 상장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한 유상증자에 나섰고, 그 과정에서 경영권을 잃는 사례까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시가총액이 기업의 실적과 경쟁력을 항상 정확히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이익을 내고 매출과 실적이 개선되는 기업도 시장 분위기나 정책 변화만으로 주가가 급락할 수 있습니다. 코스닥 기업들이 “시총기준 미달땐 여전히 퇴출대상 …코스닥社 ‘실적도 고려해야’”라고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시가총액 하나만으로 기업의 생존 여부를 판단하면 부작용도 커질 수 있습니다. 기업이 장기적인 연구개발이나 생산설비 확충보다 단기적인 주가 관리에 집중하게 되고, 자금력이 부족한 성장 기업은 본업 경쟁력을 키울 기회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불건전 기업이 기준을 통과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따라서 상장폐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시가총액뿐 아니라 매출과 영업이익의 흐름, 현금창출력, 기술 경쟁력, 수주잔고, 연구개발 성과와 성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 퇴출 정책이라면, 일시적인 주가 하락과 회생 불가능한 부실을 구분하는 정교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코넥스는 구명보트인가, 또 다른 유배지인가 — 시총기준 미달땐 여전히 퇴출대상 …코스닥社 “실적도 고려해야”
코스닥에서 밀려난 기업에 코넥스 이전상장은 일종의 구명보트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상장폐지 대신 거래소 상장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기업이 재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하루 거래대금이 3억 원대까지 급감한 시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구명보트가 목적지까지 기업을 실어 나르기는커녕, 유동성의 바다에서 표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거래대금 74.8% 급감한 코넥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9월 1~3일 코넥스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약 3억400만 원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2억610만 원과 비교하면 74.8% 감소한 수준입니다. 9월 1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2억7993만 원까지 떨어지며 최근 2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거래가 활발하지 않으면 기업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습니다. 주식을 사고팔 투자자가 부족해 가격 발견 기능이 약해지고, 필요한 시점에 자금을 조달하기도 힘들어집니다. 코넥스 이전상장이 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통로가 되려면 최소한 투자자와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기업에는 ‘상장 유지’보다 ‘자금 조달’이 중요하다
코넥스에 이름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기업이 시장에 남아야 하는 이유는 거래소 간판 자체가 아니라, 주식 거래를 통한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제고에 있습니다.
그러나 코스닥에서 코넥스로 이전하면 대외 신인도가 낮아지고 기관투자가의 관심에서도 멀어질 수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이나 신규 투자 유치가 필요한 중소·벤처기업에는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 대표들이 코넥스 이전상장을 ‘유배’에 비유하는 배경입니다.
특히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유동성 부족은 치명적입니다. 거래가 거의 없는 시장에서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신규 투자자 역시 진입을 망설이게 됩니다.
시가총액 하나로 기업의 생존을 판단할 수 있을까
정부의 상장폐지 기준 강화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걸러내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정책 목표 자체에는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가총액만으로 기업의 존속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할 때 발생합니다.
시가총액은 주가와 발행주식 수를 곱한 값입니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지만, 기업의 실적과 기술력, 수주 잔고, 연구개발 성과를 모두 담아내지는 못합니다. 실제로 흑자를 내고 실적이 개선된 기업이라도 시장 심리나 정책 발표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면 시가총액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스닥 기업들은 “시총기준 미달땐 여전히 퇴출대상 …코스닥社 ‘실적도 고려해야’”라는 입장입니다. 기업의 생존 여부를 판단할 때 시가총액뿐 아니라 영업실적, 현금흐름, 기술 경쟁력, 사업 지속 가능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코스닥 재상장이라는 출구가 필요하다
코넥스 이전상장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순한 시장 이동을 넘어 명확한 재도약 경로가 마련돼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코넥스에서 일정 기간 실적을 개선하고, 시가총액과 거래 요건을 충족한 기업에는 코스닥 재상장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다음과 같은 보완책도 필요합니다.
- 코넥스 기업에 대한 기관·모험자본 투자 확대
- 이전상장 기업의 IR 및 공시 지원 강화
- 일정 요건을 충족한 기업의 코스닥 재상장 제도 마련
- 기술특례기업의 업종 특성을 반영한 상장 유지 기준 도입
- 시가총액과 함께 실적·현금흐름·성장성을 평가하는 다층 심사
상장폐지 제도는 시장에서 부실기업을 걸러내는 안전장치여야 합니다. 동시에 일시적인 주가 하락이나 성장 단계의 특성을 이유로 경쟁력 있는 기업까지 밀어내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코넥스가 진정한 구명보트가 되려면, 기업을 코스닥 밖으로 내보내는 절차뿐 아니라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는 항로까지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4476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