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시장이 수년째 침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올해 KIAF-프리즈 서울은 조용히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페로탕과 마시모 데 카를로 등 대표 갤러리들이 불참했고, 행사에 출품되는 작품의 가격대도 해마다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분위기는 정반대였습니다. 개막 직후부터 코엑스 전시장은 관람객으로 가득 찼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작품이 잇따라 판매됐습니다. 지난해 첫날 약 63억원에 팔린 마크 브래드포드 작품처럼 초고가 거래가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화이트큐브의 안토니 곰리 작품이 약 11억원에 판매되며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행사의 핵심 변화는 ‘비싼 작품을 많이 보여주는 장터’에서 ‘실제로 구매할 만한 작품을 제안하는 장터’로의 전환이었습니다. 갤러리들은 무리하게 초고가 작품을 내세우기보다 국내 컬렉터가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작품과 한국 작가, 젊은 작가를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서도호의 실 드로잉, 우국원과 윤형근, 박서보 등의 작품은 수억원대 거래를 이끌었습니다. 프리즈의 ‘스포트라이트’와 ‘포커스’ 섹션에서는 한영수, 오묘초, 우한나 등 개성과 가능성을 갖춘 작가들이 주목받았습니다. 유명 작가의 이름값만 좇기보다 작품성과 성장 가능성을 함께 살핀 컬렉터들의 선택이 판매로 이어진 것입니다.
환율 하락도 지갑을 여는 데 힘을 보탰습니다. 달러로 거래되는 작품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낮아지면서 국내 컬렉터가 느끼는 실질적인 부담이 줄었습니다. 결국 올해 KIAF-프리즈 서울은 초고가 작품의 경쟁보다 합리적인 가격과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며, 미술시장 침체 속에서도 ‘실속 장터’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화려함보다 실속, KIAF-프리즈 서울의 반전 전략 — 미술시장 침체 걱정했는데…실속 장터 변신에 지갑 열렸다
미술시장 침체에 대한 우려는 행사장 문이 열리자 빠르게 사라졌다. 올해 KIAF-프리즈 서울에서는 10억원이 넘는 초고가 작품보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작품이 활발하게 거래되며 새로운 흥행 공식을 보여줬다. 무조건 비싼 작품을 앞세우기보다 실제 구매 가능성이 높은 작품을 선별한 갤러리들이 컬렉터의 지갑을 여는 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환율 하락은 구매 심리를 끌어올린 주요 요인이었다. 달러로 거래되는 작품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1300원대로 낮아지면서 국내 컬렉터가 느끼는 체감 가격이 크게 줄었다. 탕컨템포러리는 우국원의 작품을 약 1억2000만원에 판매했고, 제이슨함과 화이트큐브도 윤형근과 박서보의 작품을 각각 2억원, 4억원대에 선보이며 판매 성과를 냈다.
한국 작가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서도호의 실 드로잉은 수억원대 가격에도 빠르게 판매됐고, 단색화 거장들의 작품 역시 꾸준한 수요를 보였다. 여기에 오묘초, 우한나 등 젊은 작가들의 작품도 주목받으며 컬렉터층이 기존의 유명 작가 중심에서 유망한 신진 작가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프리즈의 전시 구성 변화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20세기 비서구 작가를 재조명한 ‘스포트라이트’ 섹션은 한국 사진가 한영수의 작품을 세계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무대가 됐다. 젊은 갤러리 16곳을 모은 ‘포커스’ 섹션 역시 개성 있는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며 프리즈 특유의 실험적인 분위기를 되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KIAF는 공간과 관람 경험을 고급화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넓어진 통로와 검은색 바닥, 한국의 잔칫상을 콘셉트로 한 식당가는 전시장을 단순한 작품 판매 공간이 아닌 문화 행사로 바꿔놓았다. 국제갤러리가 유영국과 장미셸 오토니엘의 작품을 각각 6억원대에 판매하는 등 작품 거래도 이어졌다.
결국 올해 KIAF-프리즈 서울의 성과는 초고가 작품의 기록적인 판매액에 있지 않았다. 합리적인 가격대, 환율 효과, 한국 작가와 젊은 작가의 경쟁력, 그리고 관람객 경험을 강화한 전시 전략이 맞물리며 ‘실속 장터’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불황기 미술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비싼 작품이 아니라, 컬렉터가 가치와 가격을 납득할 수 있는 작품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였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20284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