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출입구 앞에 세워진 공유 전기자전거 한 대가 순식간에 4만원짜리 행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시가 전동킥보드에 적용했던 견인료와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를 공유 전기자전거에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오는 11월 관련 조례 개정안을 시의회에 제출하고, 내년 1월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대상은 지하철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점자블록 주변 등에 무질서하게 주차된 공유 전기자전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기기 증가와 함께 보행 불편 민원이 늘어난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전기자전거가 법적으로 전동킥보드와 다른 이동수단이라는 점입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자전거는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상 자전거로 분류됩니다. 반면 전동킥보드는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전기자전거에 전동킥보드와 같은 견인 체계를 적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번 방안을 두고 “법적으로는 자전거인데 행정적으로는 킥보드처럼 취급한다”는 반발이 나옵니다. 기존 자전거법에도 장기간 방치된 자전거를 이동·보관하는 절차가 있는 만큼, 별도의 고액 견인료를 신설하기 전에 기존 제도와의 관계부터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또 하나의 쟁점은 규제 형평성입니다. 개인 자전거와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 아직 최종 방침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민간 공유 전기자전거만 견인 대상으로 삼는다면, 보행을 방해했는지가 아니라 운영 주체에 따라 규제가 달라진다는 논란이 커질 수 있습니다.
공유 전기자전거 이용자가 늘어난 배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 기기는 대중교통으로 닿기 어려운 마지막 1~3㎞를 연결하고, 출퇴근과 통학은 물론 심야 이동 수요까지 보완하고 있습니다. 주차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지정 주차구역과 지오펜싱, 사업자의 자진수거 의무 같은 대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정책의 핵심은 자전거를 얼마나 많이 견인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보행권을 보호하면서도 시민들이 실제로 필요로 하는 이동수단을 도시교통 안에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킥보드 막히자 자전거 갔더니…또 4만원 견인 꺼낸 서울시’라는 논란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견인은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는 자전거가 아니라 주차 시스템이었다 — 킥보드 막히자 자전거 갔더니…또 4만원 견인 꺼낸 서울시
민원이 늘었다는 말은 기기를 모두 치워야 한다는 뜻일까요. 오히려 시민들이 그만큼 공유 전기자전거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출퇴근과 통학, 지하철역과 목적지를 잇는 마지막 1~3㎞ 이동에 전기자전거가 활용되면서 이용자가 늘었고, 그만큼 주차 문제와 관련한 신고도 증가했습니다.
문제는 기기의 존재 자체보다 주차를 관리할 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됐는가에 있습니다. 지하철 출입구와 버스정류장, 점자블록 주변에 기기가 방치된다면 보행 안전을 위해 조치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용 주차구역과 환승 거점, 지정 반납 장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견인료만 부과하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견인은 해결책이 아니라 마지막 수단이어야
서울시는 전동킥보드에 적용해온 대당 4만원의 견인료와 시간당 1400원의 보관료를 공유 전기자전거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동킥보드 견인제도에서는 정상 주차된 기기를 다른 장소로 옮겨 신고하는 이른바 ‘셀프 신고·견인’ 의혹과 과잉견인 논란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견인 건수가 늘어날수록 민간 견인업체의 수익도 커지는 구조라면, 보행권 보호라는 제도의 취지가 흐려질 수 있습니다. 사업자가 현장 인력을 통해 기기를 직접 이동할 수 있는데도 곧바로 견인부터 한다면 행정 비용과 이용자 부담만 커질 뿐입니다.
보다 현실적인 방식은 단계적 관리입니다. 민원이 접수되면 먼저 사업자에게 위치와 문제 상황을 통보하고, 일정 시간 안에 직접 수거하거나 재배치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방치할 때 견인을 적용해야 제재의 정당성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필요한 것은 기기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시민의 이동 수요를 수용하면서 보행 공간을 지키는 주차 체계입니다. 지정 주차구역, 지오펜싱, 이용자 페널티, 사업자 현장관리 의무를 함께 마련해야 ‘견인의 역설’이 전기자전거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029863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