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마트 1840곳, 누적 거래액 7368억원, 영업이익률 40%. 큐마켓이 공개한 숫자만 보면 동네마트의 디지털 전환(DX)은 이미 성공 궤도에 오른 듯했다. 식자재마트를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묶고, 주문과 배송을 자동화해 낮은 마진의 오프라인 유통을 고수익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바꿨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결말은 정반대였다. 애즈위메이크는 최근 전체 인력의 약 60%를 감원했고, 핵심 서비스인 큐마켓도 중단했다. 기존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을 접고 새로운 사업모델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중소형 마트 오픈플랫폼 모델의 실패로 평가한다.
화려한 성장 지표 뒤에 드러난 재무자료 의혹
전환점은 약 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찾아왔다. 투자사 실사 과정에서 회사가 제출한 재무자료와 실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은행 잔고증명서의 금액과 실제 계좌 잔액이 일치하지 않았고, 투자자들에게 제시된 실적에는 영업이익률이 40% 수준으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 수치가 사업의 본질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장보기 커머스는 상품 마진이 낮고 포장·배송·고객 응대 비용이 큰 분야다. 업계 관계자들이 40%대 영업이익률을 순수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결국 제휴 점포 수와 누적 거래액이라는 외형적 지표가 실제 수익성과 운영 효율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거래액이 커 보여도 주문 한 건을 처리할 때마다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면 플랫폼은 성장할수록 손실을 키울 수 있다.
동네마트 DX는 ‘점포 수’보다 주문 밀도가 관건이다
큐마켓의 모델은 여러 동네마트를 연결해 소비자 주문을 인근 점포에서 처리하고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장보기 배송의 수익성은 전국에 몇 개의 마트를 확보했는지가 아니라, 같은 지역에서 같은 시간대에 얼마나 많은 주문이 발생하는지에 달려 있다.
한 점포에 주문이 드문드문 들어오면 배송 차량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주문이 적어도 상품을 고르고 포장하는 작업은 필요하고, 배송 거리가 길어지면 건당 비용은 더욱 높아진다. 제휴 마트가 1840곳에 이르더라도 지역별 주문이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규모의 경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여기에 동네마트는 점포마다 상품명, 가격, 재고 관리 방식이 제각각이다. 대형마트처럼 통일된 상품코드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아, 온라인 주문에 필요한 상품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것부터 큰 비용이 든다. 소비자가 앱에서 본 상품이 실제 매장에 없거나 가격이 다르면 품절 처리와 환불, 고객 문의가 반복된다.
오프라인 비용 위에 온라인 비용이 더해진다
동네마트 DX가 어려운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비용 구조에 있다. 온라인 주문을 도입해 매출을 늘려도 기존 점포의 임차료와 인건비는 줄지 않는다. 동시에 상품 등록, 주문 확인, 피킹, 포장, 배송, 고객 응대에 필요한 온라인 운영비가 추가된다.
상품 마진이 충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무료배송이나 할인까지 제공하면 손익분기점은 더욱 멀어진다. 플랫폼이 수수료를 높이면 마트가 이탈하고, 수수료를 낮추면 플랫폼의 적자가 커지는 구조다. 따라서 단순히 앱을 만들고 제휴 점포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DX를 완성하기 어렵다.
큐마켓의 사례는 동네마트의 디지털 전환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핵심은 실제 주문 밀도, 재고 데이터의 정확성, 배송 단가, 점포별 운영 역량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현장 변수다. 이 기반을 검증하지 않은 채 외형 성장과 고수익 서사만 앞세우면, 숫자가 커질수록 사업의 취약점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
결국 동네마트 DX는 왜 자꾸 실패할까라는 질문의 답은 분명하다. 오프라인 유통의 낮은 마진과 복잡한 운영 구조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에서, 플랫폼의 외형만 키우려 하기 때문이다. 큐마켓의 중단은 화려한 성장 지표가 실제 사업 체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어떤 결말을 맞는지 보여준 사례다.
동네마트 DX는 왜 자꾸 실패할까: 기술보다 무서운 보이지 않는 비용
온라인 주문 기능을 붙이면 매출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증가가 곧 수익성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는 순간 상품을 고르고 포장하는 인력, 배송 차량과 기사, 품절·환불·오배송을 처리하는 고객 응대 비용이 함께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오프라인 점포의 고정비가 줄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임차료와 기존 매장 인건비를 그대로 부담하면서 온라인 운영비까지 추가됩니다. 상품 마진이 낮은 동네마트 구조에서는 주문 한 건이 늘어날수록 이익이 커지기는커녕 손실이 확대될 수도 있습니다.
제휴점 수보다 중요한 것은 주문 밀도
동네마트 DX에서 흔히 강조하는 지표는 제휴 점포 수입니다. 그러나 전국에 수많은 마트가 연결돼 있어도 각 점포에 주문이 드문드문 발생하면 배송 효율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배송의 손익을 결정하는 것은 특정 지역과 시간대에 주문이 얼마나 모이는가입니다. 가까운 거리에서 여러 주문을 한 번에 처리해야 배송비와 작업 시간을 낮출 수 있습니다. 반대로 주문이 넓게 흩어지면 한 건을 배송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합니다. 플랫폼의 외형은 커져도 점포당 주문량이 부족하면 규모의 경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표준화되지 않은 상품 데이터의 대가
데이터 표준화 역시 동네마트 DX를 가로막는 큰 장벽입니다. 대형 유통업체는 통일된 상품코드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사용하지만, 동네마트는 점포마다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 상품명, 가격 체계가 다릅니다.
같은 상품이 점포별로 다른 이름과 단위로 등록되거나 가격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품절과 오배송이 반복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상품 등록, 재고 확인, 가격 관리에 별도의 인력과 시스템 투자가 필요합니다. 결국 기술을 도입하는 것보다 현장의 제각각인 데이터를 하나의 운영 체계로 정리하는 일이 더 어렵고 비쌀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동네마트 DX의 핵심 과제는 앱을 만들거나 제휴점을 빠르게 늘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주문 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지역 운영 전략, 온라인 주문을 감당할 수 있는 마진 구조, 점포 간 상품 데이터 표준화가 함께 마련돼야 합니다. 이 기반 없이 외형 성장만 좇는다면, 동네마트 DX는 매출이라는 성과 뒤에 숨은 비용 때문에 다시 수익성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3018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