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연구진은 생쥐의 몸속 세포에 특별한 ‘작업 지시문’을 보냈습니다. 바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설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이었습니다. 놀랍게도 불과 18시간 뒤, 생쥐의 근육 세포는 RNA에 담긴 명령을 읽고 실제로 해당 단백질을 생산했습니다.
이 실험은 단순히 단백질 하나를 만들어낸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DNA에 저장된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RNA의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거나,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직접 만들도록 세포에 지시하는 치료 전략이 열린 것입니다.
RNA 치료제의 장점은 유전정보 자체를 영구적으로 바꾸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일정 기간 동안만 작용한 뒤 분해되기 때문에 DNA를 직접 편집하는 방식보다 안전성이 높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RNA를 희귀질환과 감염병 치료를 넘어 암 치료에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됐습니다.
1990년 생쥐의 근육에서 확인된 작은 변화는 이후 1998년 첫 상용화로 이어졌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mRNA 백신으로 대중화됐습니다. 이제 RNA는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수준을 넘어,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고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을 설계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생쥐의 세포가 처음으로 ‘지시문’을 수행한 날, RNA 치료제의 긴 진화가 시작된 셈입니다.
RNA 2.0, 암을 겨냥하고 몸속 세포를 바꾸다 | 질병 줄이더니 암까지 잡는다…RNA 치료제, 28년 무한진화
한때 RNA는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임시 지시문’ 정도로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다릅니다. 세포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질병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생성을 억제하며, 면역세포가 암을 인식하도록 돕는 치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RNA 치료제의 가능성은 1990년 미국 위스콘신대 연구진의 실험에서 확인됐습니다. 연구진은 특정 단백질을 만들도록 설계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생쥐에 주사했고, 18시간 뒤 생쥐의 근육 세포에서 실제로 해당 단백질이 생성되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RNA가 세포 안에서 일종의 작업 지시문으로 기능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순간입니다.
이후 RNA 기술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생성을 차단하는 치료제로 발전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mRNA 백신이 빠르게 상용화되면서, 필요한 단백질을 체내에서 직접 만들도록 하는 방식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RNA가 단순히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물질을 넘어, 세포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조절하는 도구가 된 것입니다.
개인 맞춤형 암 백신의 핵심으로 떠오른 mRNA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암 치료입니다. 모더나와 머크는 환자의 암 특성에 맞춰 설계한 mRNA 암 백신 개발에서 성과를 내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환자별 암세포의 특징을 분석한 뒤, 면역세포가 암을 더 정확하게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RNA에 정보를 담는 방식입니다.
이는 모든 환자에게 같은 치료제를 적용하는 기존 접근과 다릅니다. 암의 유전적 특성과 환자의 상태를 반영해 백신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맞춤형 치료에 가깝습니다. RNA가 면역체계에 암세포를 찾아내는 방법을 알려주는 셈입니다.
RNA 치료제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작용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RNA는 일정 기간 세포 안에서 기능한 뒤 사라지기 때문에, DNA를 직접 영구적으로 바꾸는 유전자 편집 방식보다 안전성이 높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필요할 때 지시를 내리고, 시간이 지나면 기능이 종료되는 구조입니다.
물론 RNA 치료제가 암을 완전히 정복했다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치료 효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RNA를 원하는 세포까지 정확히 전달하며, 환자별 반응 차이를 줄이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RNA가 면역세포의 행동까지 바꾸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질병 줄이더니 암까지 잡는다…RNA 치료제, 28년 무한진화라는 흐름은 이제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RNA 2.0은 질병을 일으키는 요소를 억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몸속 세포가 어떤 기능을 수행할지 직접 설계하는 기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30190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