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은 지켰지만 수익률은 3.5%에 그쳤습니다. 2025년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수익률은 확정기여형(DC) 8.5%, 개인형퇴직연금(IRP) 9.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가장 안전해 보였던 선택이 왜 기업의 미래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을까요?
지난해 말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000억원이었고, 이 가운데 DB형은 228조9000억원으로 45.7%를 차지했습니다. 퇴직연금 유형 중 가장 큰 규모지만, 적립금 운용 방식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습니다.
원리금보장형에 몰린 DB형 적립금
DB형 적립금의 91.9%는 예·적금과 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투자됐습니다. DC형의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67.0%, IRP는 44.3%로 DB형보다 훨씬 낮았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줄이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장기 투자에서 수익률을 높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DB형 수익률은 2023년 4.5%에서 2024년 4.0%, 2025년 3.5%로 2년 연속 하락했습니다.
낮은 수익률은 기업의 추가 부담으로 이어져
DB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미리 정해지고, 기업이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입니다. 따라서 수익률이 낮다고 근로자의 확정된 퇴직급여가 바로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기업의 책임입니다. 2021~2025년 DB형의 5년 누적 수익률은 15.9%로, 같은 기간 누적 임금상승률 18.9%보다 3%포인트 낮았습니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부담해야 할 미래 퇴직급여도 늘어나는데, 적립금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기업이 부족분을 추가로 납부해야 합니다.
특히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1년인 반면, DB형 원리금보장 상품의 83%는 만기가 3년 이내였습니다. 퇴직급여 부채와 운용자산의 투자 기간이 맞지 않으면 금리 변동 때 자산보다 부채가 더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결국 DB형의 핵심은 단순히 원금을 지키는 데 있지 않습니다. 기업은 임금상승률을 고려한 목표수익률을 세우고, 퇴직 시점과 부채 구조에 맞춰 자산의 만기와 비중을 조정해야 합니다.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안정성에만 머무르기보다 채권, 실적배당형 상품 등을 적절히 조합하는 전문적인 운용 전략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퇴직연금 DB형 맡겼더니 수익률 고작 3.5%…IRP는 9.4% 달해: 3.5%의 벽을 넘을 기업은 누구인가
변화의 실마리는 이미 나타났습니다. 한 기업의 DB 계좌 수익률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뒤 2024년 12월 5.9%에서 2025년 12월 7.4%, 올해 5월에는 25.5%까지 상승했습니다. 물론 특정 시점의 성과가 모든 기업에 그대로 재현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만 의존하지 않고, 퇴직급여 지급 시기와 시장 환경을 고려해 자산을 재배분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줍니다.
안전성만 좇으면 임금상승률을 놓칠 수 있다
DB형은 근로자가 받을 퇴직급여가 정해져 있어 기업이 운용 손실을 부담합니다. 이 때문에 기업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피하고 예·적금이나 보험 등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선호해왔습니다. 하지만 전체 DB형 적립금의 91.9%가 원리금보장형에 집중된 상황에서는 장기 수익률이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DB형의 누적 수익률은 15.9%로, 같은 기간 임금상승률 18.9%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수익률과 임금상승률의 차이가 계속되면 기업은 퇴직급여 재원을 추가로 적립해야 합니다. 따라서 ‘손실을 피하는 운용’만으로는 DB형의 재무 부담을 충분히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3.5%를 넘어설 기업의 공통점
앞으로 DB형 수익률을 높일 기업은 단순히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는 곳이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세우고 운용 체계를 갖춘 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합니다.
- 임금상승률을 반영한 목표수익률을 설정하는 기업
- 퇴직급여 부채와 운용자산의 듀레이션을 관리하는 기업
- 채권, 원리금보장형, 실적배당형 상품을 목적에 따라 분산하는 기업
-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문을 받아 정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점검하는 기업
- 최소적립금과 자산·부채 변동을 재무관리 차원에서 함께 살피는 기업
특히 근로자의 평균 근속연수는 7.1년인 반면, DB형 원리금보장 상품의 83%는 만기가 3년 이내였습니다. 자산의 투자 기간이 부채의 성격과 지나치게 다르면 금리 변화에 따라 적립금과 퇴직급여 부채의 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자산 배분뿐 아니라 만기 구조까지 함께 관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국 DB형의 미래는 ‘얼마나 공격적으로 투자하느냐’보다 얼마나 체계적으로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감독 강화와 가이드북 발표가 예정된 만큼, 기업별 목표수익률과 운용 원칙을 마련하는 작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닙니다. 3.5%의 벽을 넘는 기업은 시장의 단기 흐름에 베팅하는 기업이 아니라, 장기 부채와 자산을 함께 바라보며 꾸준히 전략을 실행하는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365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