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서태지 노래 들으러 가자…70년대생 직장인들 몰린 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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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by 한국경제

지난 21일 밤, 서울 신논현역 인근의 한 LP바에 셔츠 차림의 직장인들이 모였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음반 사이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가 흘러나오자, 손님들은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었습니다. 직장 승진을 앞둔 1976년생 김모 씨가 신청한 곡이었습니다.

그에게 이 노래는 단순한 히트곡이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내내 들었던 음악이자, 자유와 일탈을 처음 경험했던 시절의 기억이었습니다. 바쁜 업무와 책임에 둘러싸인 지금, 30년 전의 노래는 잠시나마 그 시절의 자신을 불러냈습니다.

서태지와 듀스, X세대의 취향을 만들다

1990년대의 X세대는 기존 질서와 다른 음악, 패션, 영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랩과 록,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결합해 한국 대중음악의 방향을 바꿨고, 듀스는 세련된 리듬과 퍼포먼스로 새로운 아이돌 문화의 토대를 놓았습니다.

이들의 영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에스파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과 S.E.S의 ‘Dreams Come True’를 다시 부르고, 앳하트가 룰라의 ‘3!4!’를 리메이크하는 등 1990년대 음악은 새로운 세대의 언어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해외 밴드 매시브어택이 한국 공연에서 ‘시대유감’을 한국어로 부른 장면은 당시 음악이 국내 추억을 넘어 세계적인 문화 자산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음악만이 아닙니다. 1970년대생은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를 관람하며 한국 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습니다. 마리떼프랑소와저버와 게스, 폴로 같은 브랜드를 통해서는 옷으로 개성을 표현하는 소비문화도 확산시켰습니다.

추억을 넘어 현재의 문화로

X세대가 사랑했던 콘텐츠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복고 열풍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음악과 패션에는 처음으로 자신만의 취향을 선택하고 표현했던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난 알아요’는 과거의 노래인 동시에, 지금의 40~50대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기억의 매개가 됩니다.

다만 이들의 문화적 욕구가 충분히 충족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소비 여력은 커졌지만 문화 소비와 여행 소비는 오히려 위축됐고, 40대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도 하락했습니다. 시간과 공간, 콘텐츠가 이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논현역 LP바에서 울려 퍼진 ‘난 알아요’는 그래서 의미가 큽니다. 30년 전의 음악을 다시 듣는 일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 속에서 잊고 있던 취향과 감정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문화산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서태지 노래 들으러 가자…70년대생 직장인들 몰린 곳이 보여준 이 움직임을, 단순한 추억이 아닌 새로운 문화 소비로 이어갈 수 있을까요?

문화를 만든 세대, 정작 문화를 소비하지 못하다 — 서태지 노래 들으러 가자…70년대생 직장인들 몰린 곳이

45~49세의 전체 카드 소비액은 31.1%, 온라인 소비액은 84.7% 늘었습니다. 지갑이 닫힌 세대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문화 소비는 오히려 18.1% 감소했습니다. 한국 대중문화의 문법을 바꾸고 영화·음악·패션 시장을 키운 X세대가 정작 오프라인 공연장과 전시장을 떠나고 있는 셈입니다.

소비할 돈보다 부족한 것은 ‘시간’

이들의 문화 욕구가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40대의 실제 평일 여가 시간은 하루 3.3시간이지만, 희망하는 여가 시간은 4.1시간에 달합니다. 50대 역시 실제 여가 시간보다 0.7시간 더 많은 시간을 원했습니다.

직장에서는 책임이 커지고, 가정에서는 돌봄 부담이 이어집니다. 문화생활을 즐기려면 공연이나 전시 일정을 미리 맞추고 이동해야 하지만, 바쁜 일상 속에서 가장 먼저 미뤄지는 것이 오프라인 여가입니다. 온라인 쇼핑과 영상 시청처럼 짧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선호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조사에서도 40대의 문화예술행사 관람률은 76.5%에서 69.4%로 7.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전 연령대 가운데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시장은 여전히 ‘젊은 관객’만 바라본다

X세대는 이미 문화산업의 핵심 소비층이었지만, 현재 시장에서는 이들의 취향과 생활 방식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형 공연은 늦은 시간에 시작하고, 전시는 젊은 세대 중심으로 기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부담과 복잡한 예매 방식도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그럼에도 이들의 취향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서울 신논현역 인근 LP바에 직장인들이 모여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의 노래를 신청하는 모습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서태지 노래 들으러 가자…70년대생 직장인들 몰린 곳이’란 장면은 단순한 복고 열풍이 아니라, 자신들의 청춘과 현재를 연결할 문화 공간을 찾는 세대의 움직임에 가깝습니다.

해법은 ‘추억 소환’에서 ‘현재형 경험’으로

이들의 문화 소비를 되살리려면 과거의 히트곡을 반복해서 보여주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퇴근 후 방문하기 좋은 시간대의 공연, 짧게 즐길 수 있는 전시, 가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1990년대 음악과 영화를 현재의 창작자와 결합하는 방식도 효과적입니다.

가격과 접근성도 중요합니다. 직장인 할인, 평일 저녁 회차, 간편한 예매, 지역 문화공간과의 연계가 갖춰지면 잠재 관객을 실제 관람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라, 익숙한 문화와 새로운 경험을 함께 누리는 일입니다.

X세대의 귀환은 특정 세대의 향수에 머물지 않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1990년대 영화와 패션이 다시 호출되는 현상은 한 세대가 만든 문화적 자산이 시간이 지나도 새로운 세대와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제 시장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합니다. 문화를 만든 이들이 다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무엇을 바꿀 것인가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52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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