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금호렌터카로 출발한 롯데렌탈이 다시 주인을 바꿉니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KT, 롯데그룹을 거친 데 이어 이번에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TPG가 경영권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TPG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 61.18%를 1조3000억원대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잔여 유통주식에 대한 공개매수에도 나서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이번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앞선 인수 시도가 무산된 뒤 성사된 딜이라는 점입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롯데렌탈 인수를 추진했지만, 이미 SK렌터카를 보유한 상황에서 시장 독과점 우려가 제기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불허 결정을 받았습니다. 결국 인수는 불발됐고, 롯데그룹은 새로운 매수자를 찾아야 했습니다.
막판에는 한국앤컴퍼니도 인수의향서를 제출하며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인수희망가격은 1조원대 중반으로 알려졌지만, 롯데그룹은 가격뿐 아니라 거래를 실제로 마무리할 수 있는 딜 완결성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지점에서 TPG가 앞섰습니다. TPG는 인수대금 전액을 자체 아시아 바이아웃펀드로 조달할 계획을 세웠고, 단독 실사와 협상권을 확보한 뒤 롯데렌탈의 성장 전략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외부 자금 조달이나 복잡한 이해관계에 따른 거래 지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점이 선택의 핵심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TPG가 그리는 롯데렌탈의 방향은 미국의 엘리멘트 플릿 매니지먼트와 같은 B2B 차량 관리 기업입니다. 일반 소비자 대상 렌터카 사업보다 법인·정부 대상 차량 리스와 정비, 운영관리 서비스에 집중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롯데렌탈 매출의 약 90%가 B2B에서 발생하는 만큼, 기존 역량을 바탕으로 사업 전문화를 추진하기에도 유리합니다.
결국 이번 매각은 단순한 최대주주 변경을 넘어 롯데렌탈의 사업 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롯데그룹에는 재무 부담을 덜어내는 기회가 되고, TPG에는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진 셈입니다. 앞으로 공개매수 결과와 B2B 중심의 밸류업 전략이 실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입니다.
TPG, 롯데렌탈 품는다…잔여지분 공개매수도 착수: 렌터카 회사를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바꿀 수 있을까
TPG가 그리는 롯데렌탈의 미래는 휴가철 단기 렌터카를 빌려주는 회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핵심은 이미 매출의 약 90%를 차지하는 B2B 차량 렌탈 사업을 기반으로 법인과 정부의 차량 운영 전반을 관리하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개인 고객 중심에서 기업 차량 관리로
렌터카 산업은 일반적으로 여행과 휴가 수요에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반면 기업용 차량 리스와 관리는 계약 기간이 길고 반복적인 매출이 발생해 상대적으로 현금흐름이 안정적입니다.
TPG는 롯데렌탈이 보유한 차량 구매·리스·정비·매각 역량을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발전시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기업 고객이 차량을 직접 구매하고 관리하는 대신, 롯데렌탈이 차량 운영에 필요한 업무를 일괄적으로 맡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롯데렌탈의 역할은 단순한 ‘차량 대여’에서 다음과 같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 법인 차량의 장기 리스 및 운용
- 차량 정비와 사고 처리 관리
- 정부·공공기관 차량 운영
- 운행 데이터 기반의 비용 최적화
- 전기차·자율주행차의 유지관리 서비스
미국 엘리멘트 플릿 매니지먼트가 벤치마크
TPG가 제시한 대표적인 비교 대상은 미국의 엘리멘트 플릿 매니지먼트입니다. 이 회사는 일반 소비자 대상 렌터카 사업보다 법인과 정부를 대상으로 차량 리스, 정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합니다.
엘리멘트의 모델이 주목받는 이유는 차량을 직접 빌려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차량의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차량 도입부터 운행, 정비, 교체까지 데이터를 축적하면 고객의 총비용을 낮추고 장기 계약을 유지하는 기반을 만들 수 있습니다.
롯데렌탈 역시 이미 B2B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이 같은 전환의 출발점은 마련돼 있습니다. TPG가 기존 사업을 완전히 바꾸기보다는, 현재의 기업 고객 기반과 운영 인프라를 고도화하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큰 이유입니다.
자율주행 시대의 ‘운영 파트너’가 될 수 있을까
TPG가 기대하는 확장 영역은 자율주행차입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더라도 차량의 정비, 충전, 보험, 배차, 교체와 같은 운영 업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차량을 대규모로 관리할 수 있는 전문 사업자의 역할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엘리멘트가 자율주행 택시 기업 웨이모에 차량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맺은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롯데렌탈이 향후 유사한 역량을 확보한다면 완성차 업체나 자율주행 서비스 기업의 차량 운영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자율주행 사업 진출이 곧바로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관련 기술과 규제, 충전 인프라, 차량 유지관리 표준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B2B 수익성 개선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자율주행은 중장기 성장 옵션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공 여부는 ‘플랫폼’이라는 이름보다 실행력에 달려
TPG의 밸류업 전략이 성공하려면 단순히 사업 부문을 재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업 고객별 차량 운행 데이터를 활용하고, 정비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높이며, 전기차 중심으로 관리 역량을 전환해야 합니다.
또한 공개매수를 통해 잔여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경영권 안정성이 높아질수록 TPG는 장기적인 설비 투자와 사업 재편을 보다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결국 TPG, 롯데렌탈 품는다…잔여지분 공개매수도 착수라는 이번 거래의 진짜 의미는 최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사실에만 있지 않습니다. 롯데렌탈이 기존 렌터카 사업의 외형을 넘어 기업 차량 관리와 미래 모빌리티 운영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휴가철 수요에 기대는 렌터카 회사에서 안정적인 B2B 모빌리티 파트너로 도약할 수 있을지, 이제 TPG의 실행력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239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