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고점을 기록했던 금값이 한발 물러서자, 오히려 중앙은행들의 매수 움직임이 빨라졌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은 2026년 6월 금 보유량을 전월보다 48만 온스 늘린 7544만 온스로 확대했습니다. 2023년 10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입니다.
중국의 계산은 단순히 가격이 내려갔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달러 의존도를 낮추는 탈달러 전략과 위안화의 국제적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중국의 준비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8%로, 글로벌 중앙은행 평균인 27%에 크게 못 미칩니다. 앞으로 추가 매입 여지가 상당하다는 의미입니다.
금 매수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갈등과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자리합니다. 특정 국가의 외화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중앙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보관과 소유가 명확한 실물 금을 전략자산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지만, 특정 국가나 통화의 신용에 직접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위기 대응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도 13년 만에 금 매입을 재개했습니다. 이미 ETF를 통해 소규모 매입에 나선 데 이어, LS MnM과 고려아연 등 국내 생산업체가 생산한 금을 매입하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국내 금을 사들이면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 원화로 금을 확보할 수 있고, 국내 보관을 통해 보관 장소를 분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 전략 변화에 가깝습니다. 세계금협회 조사에서도 중앙은행 관계자의 89%가 향후 1년 동안 금 보유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금값이 언제나 상승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가격 조정 때마다 매수에 나서는 중앙은행의 존재는 금 시장의 하방을 지지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13년 만의 귀환, 한국은행이 금을 다시 쌓는 이유…“금값 떨어진 지금이 기회다”…골드바 쌓기 시작한 한·중 중앙은행 [원자재로 살아남기]
그동안 금 매입에 신중했던 한국은행이 13년 만에 금 확보에 나섰습니다. 이미 지난 2분기 금 ETF를 통해 소규모 매입을 진행한 데 이어, 앞으로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금을 직접 사들이기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금값이 역사적 고점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가격 조정을 매입 기회로 판단한 셈입니다.
외화를 쓰지 않고 원화로 금을 확보한다
한국은행이 국내 생산 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해외 금을 매입할 때와 달리 국내 업체에서 생산된 금을 사들이면 외화를 사용하지 않고 원화로 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외환보유액을 크게 소진하지 않으면서 보유 자산을 다변화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보관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습니다. 국내에서 매입한 금을 국내에 보관하면 해외 보관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정학적 갈등이나 국제 금융 제재로 인한 접근 제한 위험도 분산할 수 있습니다. 금을 단순한 투자 상품이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전략자산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강해진 배경입니다.
고려아연·LS MnM, 국내 금 공급망의 중심으로
한국은행은 국내 금 생산업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과 협력 체계를 마련할 예정입니다. 국내 생산업체가 해외 수출 물량과 희망 거래 시기를 제시하면, 한국은행이 시장 상황과 운용계획을 검토해 매입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입니다.
국내 금 생산은 고려아연과 LS MnM이 사실상 담당하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LS MnM은 구리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금을 생산합니다. 두 업체의 연간 금 생산량은 합산 약 40~45톤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일부 수출 물량이 한국은행의 매입 대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조치가 곧바로 관련 기업의 실적을 크게 끌어올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매입 규모와 가격, 거래 시점, 기존 수출 물량의 국내 전환 정도에 따라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려아연과 LS MnM에는 안정적인 판로가 추가된다는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실적 효과는 향후 운용계획을 확인해야 합니다.
금값과 개인 투자자에게 미칠 영향
중앙은행의 금 매입은 금값의 하방을 지지하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이 가격 조정기에 금 보유량을 늘린 데 이어 한국은행까지 매입에 참여하면, 국제 금 시장에서 중앙은행 수요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산다고 해서 금값이 계속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는 여전히 금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며, 금리 인상이나 달러 강세, 지정학적 긴장 완화가 나타나면 금의 투자 매력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금값 떨어진 지금이 기회다’라는 기대만으로 한 번에 매수하기보다, ETF와 실물 금의 비용 차이, 환율, 보관료, 매매 수수료를 함께 따져야 합니다.
결국 한국은행의 금 매입 재개는 단기적인 금값 상승 신호라기보다 외환보유액을 다변화하고 국가 차원의 안전판을 강화하려는 장기 전략에 가깝습니다. 한·중 중앙은행의 골드바 쌓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 시장을 바라볼 때도 단순한 가격 전망보다 중앙은행 수요와 국제 정세, 금리 흐름을 함께 살펴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stock/1212164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