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나이지리아를 기독교인 탄압 문제와 연관해 ‘수치스러운 국가’라고 지목했고, 과거에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를 ‘쓰레기 같은 나라’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만에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나이지리아 영부인 올루레미 티누부가 미국 국가 조찬 기도회에 참석한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치켜세웠습니다. 냉랭했던 관계가 갑자기 우호적인 메시지로 바뀐 것입니다.
배경에는 나이지리아가 워싱턴의 대형 로비업체 DCI그룹과 체결한 연간 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이 있었습니다. DCI그룹은 트럼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과 공화당계 네트워크를 활용해 나이지리아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미국 내 보수·복음주의 진영과의 접점을 넓혔습니다.
특히 영부인의 국가 조찬 기도회 참석은 단순한 외교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가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적 조언자들과 복음주의 지도자들을 만나는 자리를 통해 나이지리아를 ‘기독교를 탄압하는 국가’가 아니라, 미국 보수층과 협력할 수 있는 파트너로 보이게 한 것입니다.
로비 이후 미국의 대나이지리아 군사 협력도 달라졌습니다. 미국의 공습은 양국 합동작전으로 설명되기 시작했고, 공격헬기 12대 수출과 군사고문단 200명 파견 결정도 뒤따랐습니다. 미국 정치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찬사를 두고 ‘900만 달러짜리 칭찬’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입니다.
다만 로비 계약이 정책 변화를 직접 만들어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안보 협력과 무기 수출에는 테러 대응, 지역 정세, 미국의 전략적 이해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공식 외교 채널뿐 아니라 대통령 개인과 측근 네트워크에 접근하는 방식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는지를 보여줍니다.
문제는 비용과 우선순위입니다. 나이지리아 야당은 정부가 국내 안보·경제 위기를 해결하기보다 거액을 들여 해외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900만 달러의 로비가 나이지리아의 현실을 바꾼 것인지, 아니면 워싱턴에서 들리는 한마디만 바꾼 것인지는 앞으로의 성과로 판단해야 합니다.
외교인가, 돈으로 산 이미지 세탁인가 — “아프리카는 쓰레기” 비난하던 트럼프…거액 로비 들어오자 ‘엄지척’
한쪽에서는 로비를 국익을 지키기 위한 합법적 외교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행정부와 소통하고, 자국의 안보·무역 이익을 설명하려면 워싱턴의 전문 로비업체가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처럼 개인적 관계와 측근 네트워크를 중시하는 정치인에게는 전통적인 외교 채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를 국내 위기를 덮기 위한 이미지 세탁으로 봅니다. 나이지리아가 연간 900만 달러를 들여 DCI그룹과 계약한 뒤 영부인의 미국 내 활동을 지원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찬사를 끌어낸 과정은 상징적입니다. 과거 “쓰레기 같은 나라”라는 취지의 비난을 받던 국가가 거액의 로비 이후 우호적인 이미지로 전환된 만큼,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900만 달러짜리 공개 찬사’라는 평가까지 나왔습니다.
로비의 효과는 어디까지였나
로비 이후 나이지리아와 미국의 관계에는 몇 가지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 나이지리아 영부인이 미국 국가 조찬 기도회에 참석
- 트럼프 대통령의 종교계 조언자 및 복음주의 지도자들과 면담
-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 영부인을 공개적으로 호평
- 미국의 대나이지리아 군사 협력이 양국 합동작전으로 강조
- 공격헬기 수출과 군사고문단 파견 결정
다만 이 변화가 전적으로 로비의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나이지리아의 안보 상황, 기독교 박해 논란, 미국의 대테러 전략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로비는 정책을 사고파는 거래라기보다, 특정 이슈가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받도록 만드는 영향력 경쟁에 가깝습니다.
진짜 승자는 누구인가
단기적으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쪽은 로비업체와 정치권 주변의 네트워크일 수 있습니다. 거액의 계약은 로비업체에 수익을 안겨주고, 정치적 인맥을 가진 인사에게는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미국 행정부 역시 무기 판매와 군사 협력을 확대하며 외교·안보상의 실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정부도 국제적 비난을 완화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했다는 성과를 내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혜택이 나이지리아 국민에게 실제로 돌아가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미지가 좋아졌더라도 치안 불안, 경제난, 부패와 같은 국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용을 부담하는 쪽은 국민일 수 있습니다. 연간 900만 달러가 공공재원에서 지출됐다면, 그 돈은 치안·의료·교육·일자리 사업에 쓰일 기회를 잃게 됩니다. 야당이 이를 ‘해외 이미지 세탁’이라고 비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외교적 성과가 국내 개혁과 연결되지 않는다면, 로비는 국가의 평판을 바꾸는 데 그칠 뿐 국민의 삶을 바꾸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핵심은 로비의 합법성 자체가 아닙니다. 누구를 위해 얼마를 쓰고, 어떤 정책적 성과를 얻었으며, 그 결과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되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입니다. 외교가 국익을 위한 수단이 되려면 홍보보다 실질적인 안보와 경제 개선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엄지척’은 국가의 성공 신호가 아니라, 값비싼 정치적 연출에 머물 수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19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