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손을 잡은 초등학생들 사이로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도 로블록스 팝업스토어 앞에 줄을 선 20대 방문객들입니다. 한때 ‘초통령’이라 불리던 게임을 이들은 왜 다시 찾게 된 걸까요?
지난 2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메가스토어에서 열린 로블록스 팝업스토어에는 평일 오전부터 긴 대기 행렬이 이어졌습니다. 매장 관계자에 따르면 입구 앞 50m까지 줄이 생길 정도로 오픈런이 일상처럼 이어졌습니다. 가족 단위 방문객뿐 아니라 친구와 함께 찾아온 20대들도 로블록스 굿즈를 구경하고 게임 체험에 참여했습니다.
2030세대의 재접속을 이끈 데에는 게임 크리에이터 밤으깡과 초등학생 이용자 햄토리의 콘텐츠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두 사람이 로블록스에서 친구처럼 어울리는 모습은 ‘귀엽다’, ‘힐링된다’는 반응을 얻으며 SNS에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관련 영상 조회 수가 수백만 회를 기록하자 “햄토리 보려고 로블록스를 깔았다”, “이 나이에 다시 하게 될 줄 몰랐다”는 반응도 잇따랐습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에 SNS에서 발견한 새로운 유행이 더해지면서, 로블록스는 2030에게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가 되고 있습니다. 다시 접속해 친구들과 콘텐츠를 즐기고, 캐릭터 굿즈를 직접 구매하는 경험까지 이어지며 ‘추억’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소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이 나이 먹고 다시 할 줄은…2030 폭염에도 오픈런: 유행을 게임으로 복사하는 플랫폼, ‘덕질’은 어떻게 소비가 됐나
2030을 로블록스로 데려온 것은 인플루언서였지만, 이들을 계속 머물게 한 것은 로블록스의 플랫폼 구조였습니다. 밤으깡과 햄토리의 영상이 유입의 계기가 됐다면, 이용자들이 게임을 삭제하지 않고 이어서 즐기게 만든 힘은 유행과 2차 창작물을 끊임없이 게임으로 바꾸는 이용자 제작 콘텐츠(UGC)에 있었습니다.
로블록스는 완성된 게임 하나를 판매하는 서비스가 아닙니다.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다른 이용자가 이를 체험하며 다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임판 유튜브’에 가깝습니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백룸 같은 공포 밈이나 말랑이의 촉감과 소리를 즐기는 왁뿌볼 타워가 빠르게 게임으로 구현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유행이 소비되는 속도와 게임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거의 맞물립니다. 2030 이용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밈을 단순히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플레이하고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습니다.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아바타와 아이템을 꾸미거나, 게임 속 경험을 다시 영상과 이미지로 제작하는 과정에서 팬덤은 자연스럽게 참여형 소비자가 됩니다.
이른바 ‘덕질’이 실질적인 시장으로 전환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입니다.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보고 게임에 접속한 이용자는 가상 아이템을 구매하고, 관련 굿즈를 찾고, 팝업스토어를 방문합니다. 햄토리 캐릭터를 활용한 키링과 케이크 같은 2차 창작물이 등장한 데 이어, CJ대한통운과 무신사가 밤으깡과 햄토리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것도 팬덤의 관심이 소비로 확장된 사례입니다.
로블록스의 성인 이용자 비중은 이 흐름이 일시적인 유행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올해 1분기 글로벌 일일 활성 사용자 1억3200만명 가운데 18세 이상 이용자는 27%를 차지했습니다. 어린 시절 로블록스를 경험했던 이용자에게는 추억이 진입 장벽을 낮추고, 새로운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UGC가 재방문 이유를 만들어주는 셈입니다.
무신사와의 협업은 이러한 팬덤 경제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사례입니다. 30도가 넘는 날씨에도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오픈런이 이어진 것은 단순히 게임을 체험하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온라인에서 소비하던 캐릭터와 세계관을 굿즈와 공간으로 직접 확인하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욕구가 함께 작동했습니다.
결국 로블록스에서 ‘덕질’은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유행을 플레이하고, 캐릭터를 꾸미고, 콘텐츠를 재생산하고, 굿즈와 오프라인 경험까지 구매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인플루언서가 팬덤의 문을 열었다면, UGC 플랫폼은 그 팬덤이 계속 활동하고 소비하도록 만드는 시장의 장치가 된 것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43905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