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단 하루에 50% 넘게 폭락한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투자자의 계좌일까요, 아니면 거대한 금융계약의 안전망일까요?
평소라면 “삼전닉스가 설마 하루 만에 반 토막 나겠나”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국내 주식시장에는 하루 가격제한폭이 있어 단번에 50% 이상 급락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악재가 누적돼 여러 날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거나, 거래정지 이후 다음 거래일 시초가가 크게 낮게 형성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주가 하락에 그치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종목을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하루 50% 하락하면 이론상 자산 가치가 0원에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주가가 그보다 더 떨어져도 ETF가 추가 손실을 흡수할 여력은 이미 사라진 상태입니다.
이때 충격은 ETF 투자자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ETF 운용사와 수익률 스왑을 맺은 투자은행은 계약상 부족한 손실을 떠안을 수 있습니다. 투자은행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런 극단적인 가격 공백, 즉 갭 리스크입니다.
그래서 월가는 평소에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하루 50% 폭락’을 별도의 거래 대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투자은행은 크래시 풋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을 통해 이 위험을 헤지펀드 등 외부 투자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높은 프리미엄을 지급합니다.
결국 시장이 대비하는 것은 주가의 일반적인 등락이 아닙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높은 수익을 얻지만, 단 한 번의 극단적 폭락이 발생하면 거액의 손실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투자자의 계좌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안전망이 또 다른 금융계약의 위험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확산은 단순한 투자 열풍으로만 보기 어렵습니다.
폭락 위험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옮겨졌을 뿐 — “삼전닉스, 설마 하룻새 반토막나겠나”라는 월가의 계산
골드만삭스가 최대 연 14.2~20%의 수익률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높은 이자의 반대편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루 50% 이상 급락할 경우 그 손실을 대신 떠안는 투자자가 있습니다.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기 위해 대형 투자은행과 스왑 계약을 맺습니다. 평소에는 운용사가 이자와 수수료를 지급하고, 투자은행은 약정된 레버리지 수익을 제공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기초자산이 하루 만에 50% 넘게 폭락하면 문제가 달라집니다.
2배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이 하루 50% 하락하는 순간 사실상 자산가치가 0에 가까워집니다. 주가가 60%, 70%까지 추가 하락하면 ETF 자체로는 더 이상 손실을 보전하기 어렵습니다. 이때 스왑을 제공한 투자은행이 계약상 부족분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갭 리스크입니다.
투자은행은 이 위험을 혼자 안고 가지 않기 위해 ‘크래시 풋’과 같은 장외 파생상품을 판매합니다.
- 투자자는 높은 프리미엄이나 이자 수익을 받습니다.
- 투자은행은 스왑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손실을 외부에 이전합니다.
- 대신 약정된 수준 이상의 폭락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합니다.
결국 이 상품은 폭락 가능성을 없애는 보험이 아닙니다. 위험의 주체를 투자은행에서 헤지펀드 등 다른 투자자로 바꾸는 계약에 가깝습니다. 평온한 시장에서는 고금리 상품처럼 보이지만, ‘설마’라고 생각했던 하루 50% 폭락이 현실이 되는 순간 수익과 원금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거래가 대부분 비상장 장외시장에서 이뤄진다는 점입니다. 누가 얼마만큼의 위험을 보유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여러 레버리지 상품과 거래 상대방이 겹치면 한 곳의 손실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빠르게 번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삼전닉스, 설마 하룻새 반토막나겠나”라는 가정에 기대어 지급되는 높은 수익률은 안전의 증거가 아닙니다. 오히려 시장이 평소에는 거의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는 극단적 상황에 대한 대가일 수 있습니다.
Reference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world/12116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