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은행에서 같은 신용대출을 받아도 신용점수에 따라 연체율이 무려 32배 벌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5대 은행 자료를 보면 신용점수 951점 이상 차주의 연체율은 0.03%에 그쳤지만, 870점 이하 차주는 1.04%를 기록했습니다.
중간 구간인 871~950점 차주의 연체율은 0.1%였습니다. 신용점수가 낮아질수록 연체 위험이 가파르게 높아진 것입니다. 전체 신용대출 연체율은 0.31%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저신용 구간에서는 위험이 다시 커졌습니다. 870점 이하 차주의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01%에서 올해 1분기 1.04%로 반등했습니다.
은행별 격차도 뚜렷했습니다. 저신용 차주 연체율은 국민은행이 1.85%로 가장 높았고, 우리은행 1.54%, 농협은행 1.37%, 하나은행 1.05%, 신한은행 0.45% 순이었습니다. 반면 고신용 차주의 연체율은 대부분 0%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 숫자는 연체율 32배 저신용대출…포용금융 딜레마의 핵심을 보여줍니다. 정부는 금융 접근성이 낮은 중·저신용자에게 더 많은 대출 기회를 제공하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이 대출 문턱을 낮출수록 연체와 부실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신용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일은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위험가중자산 증가에 따른 자본비율 부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포용금융이 지속 가능한 제도로 자리 잡으려면, 금융 접근성 확대와 은행 건전성 사이의 균형을 정교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연체율 32배 저신용대출…포용금융 딜레마: 햇살론 7.51%, 포용금융은 누구를 위한 안전망인가
저신용자를 돕기 위한 정책금융 상품의 연체율이 일반 신용대출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햇살론 연체율은 7.51%에 달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연체율이 0.3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약 24배 높은 수치다. 일부 은행에서는 햇살론 연체율이 15%를 넘어섰다.
햇살론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6.59%에서 0.92%포인트 상승했다. 대출잔액은 1조1983억원에서 8621억원으로 28.1% 줄었지만, 연체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차주의 상환 능력 악화와 상품의 구조적 위험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햇살론 연체율이 15.76%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11.75%, 농협은행은 9.38%, 우리은행은 6.33%, 신한은행은 4.49%를 기록했다. 보증이 붙은 정책금융이라도 차주의 소득 변동, 금리 부담, 상환 여력에 따라 실제 부실 위험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대출이 늘어도 연체율이 낮아진 새희망홀씨
모든 서민금융 상품의 흐름이 같은 것은 아니다. 은행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는 새희망홀씨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1.59%에서 올해 1분기 1.41%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대출잔액은 4조6518억원에서 5조1390억원으로 10.47% 증가했다.
대출 공급이 확대됐는데도 연체율이 하락한 것은 차주의 구성, 대출 심사 방식, 상환 관리 체계가 상품별로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대출 규모를 늘리거나 줄이는 접근보다 어떤 차주에게, 어떤 조건으로, 어떤 사후관리를 제공하느냐가 건전성을 좌우하는 셈이다.
포용금융과 은행 건전성을 함께 지키려면
포용금융을 확대하려면 은행이 부담해야 할 대손충당금과 자본비율 문제도 함께 살펴야 한다. 중·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면 부실에 대비한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지고, 위험가중자산이 늘어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금융회사가 건전성 악화를 우려해 대출을 다시 축소한다면 정책의 지속성도 약해진다.
해법은 보증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정교한 위험 분담 체계를 마련하는 데 있다. 보증기관은 차주의 위험 수준에 맞춰 보증 범위와 요율을 설계하고, 은행은 상환 능력 중심의 심사와 대출 이후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금융당국 역시 위험가중치와 자산건전성 분류, 대손충당금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되 도덕적 해이를 막을 안전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결국 포용금융의 목표는 대출 건수를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상환 가능한 자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지속 가능한 조건으로 공급하고, 부실 위험은 금융사·보증기관·정부가 합리적으로 나누는 데 있다. 연체율 32배 저신용대출…포용금융 딜레마라는 현실을 넘어서는 길은 지원 확대와 건전성 관리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도록 상품과 규제를 다시 설계하는 것이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03236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