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부품 하나가 삼성전기·무라타·다이요유덴의 동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전자제품의 전력 흐름을 안정적으로 조절하는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입니다.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공급해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MLCC는 전자기기의 ‘쌀’로 불립니다.
가격 인상의 핵심 배경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AI 서버 수요입니다. AI 서버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성능·고전력 반도체가 탑재됩니다. 이 부품들이 24시간 작동하려면 전력을 세밀하게 분배하고 변동을 안정화해야 합니다. 그만큼 고용량 MLCC가 대량으로 필요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AI 전용 서버 한 대에는 일반 클라우드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고용량 MLCC가 적용됩니다. 데이터센터가 AI 연산 중심으로 전환될수록 MLCC 소비량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워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계 1위 무라타는 지난 3월 가격을 인상했고, 다이요유덴은 올해 들어 두 번째 인상 계획을 고객사에 통보했습니다. 삼성전기도 출하 기준으로 MLCC 전 품목 가격을 30% 올리기로 했습니다. ‘MLCC 호황…삼성전기 등 빅3 가격 줄인상’이라는 흐름이 현실화한 셈입니다.
고용량 제품의 납기 역시 길어지고 있습니다. 1마이크로패럿(㎌) 이상 MLCC의 납기는 최장 30주에 달해, 제조업체들은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더 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한 MLCC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데이터센터 확장의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공급망으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7개월을 기다리는 시장, MLCC 호황…삼성전기 등 빅3 가격 줄인상과 중국 업체의 다음 승부
필요한 MLCC를 주문해도 도착까지 최장 30주가 걸리는 시장에서, 가격보다 더 무서운 것은 물량을 구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7월 기준 무라타의 1마이크로패럿(㎌) 이상 MLCC 납기는 최장 30주로, 한 달 전보다 6주나 길어졌습니다. AI 데이터센터와 고성능 서버에 필요한 고용량 제품을 중심으로 공급 부족이 갈수록 심해지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품귀 현상은 MLCC 호황…삼성전기 등 빅3 가격 줄인상이라는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다이요유덴은 올해 들어 두 번째 가격 인상을 예고했고, 무라타도 지난 3월 가격을 올렸습니다. 삼성전기는 출하 제품 전 품목의 가격을 30%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가격을 올려도 고객사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된 셈입니다.
단기 공급 확대가 어려운 이유
삼성전기와 무라타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MLCC 공장을 새로 짓고 안정적인 수율을 확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AI 서버 시장의 성장 속도가 워낙 빠른 만큼, 빅3가 투자를 집행하더라도 단기간에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MLCC 시장에서 상위 3개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70%에 달합니다. 제한된 공급망에 수요가 집중된 상황인 만큼, 당분간 빅3는 높은 가격과 긴 납기를 바탕으로 호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AI 전용 서버는 일반 클라우드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고용량 MLCC를 필요로 해 수요의 질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중국 업체, 범용 시장부터 파고든다
공급 부족은 중국 MLCC 업체에는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 삼환그룹은 홍콩 증시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활용해 태국과 독일에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풍화고과 역시 대규모 설비투자를 마치고 월 생산능력을 500억 개까지 확대했습니다.
중국 업체들이 단기간에 고사양 제품 시장에서 빅3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만 중저가 범용 MLCC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사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공급난이 장기화될수록 전장·가전·범용 IT 기기 업체들이 중국산 제품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커집니다.
결국 다음 승부는 생산능력과 기술력, 그리고 고객 신뢰를 누가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빅3에는 AI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리는 호재인 동시에, 중국 업체의 추격을 허용할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합니다. 7개월에 가까운 납기가 정상화되기 전까지 MLCC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욱 치열하게 재편될 전망입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731855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