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부산의 밤을 장식한 정명훈의 <피델리오>

1805년 초연 이후 두 차례의 개정을 거쳐 완성된 베토벤의 <피델리오>가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에서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왜 이 작품이 정명훈 감독의 첫 선택이 되었을까요?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는 그의 음악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걸작입니다. 자유, 정의, 숭고한 사랑이라는 계몽주의적 이상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부산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더없이 적합한 선택이었습니다.

정명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부산콘서트홀의 예술적 비전을 선명하게 제시했습니다. 그의 지휘 아래 한·중·일 단원들로 구성된 아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는 베토벤의 음악을 풍성하게 해석해냈고,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열연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부산 오페라의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딛은 이번 공연은 단순한 음악회를 넘어 문화적 이정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정명훈 감독의 예술적 안목과 국제적 네트워크가 만들어낸 이 무대는, 앞으로 부산이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피델리오>의 성공적인 공연은 부산 시민들에게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선사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오페라계에도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우리는 정명훈 감독이 부산과 밀라노를 잇는 ‘오페라의 가교’로서 어떤 놀라운 여정을 보여줄지 기대하게 됩니다.

장대한 무대 뒤 숨은 이야기와 음악의 진수: [리뷰] 부산 오페라, 그 역사의 시작… 정명훈의 ‘피델리오’

부산 콘서트홀의 개관을 장식한 베토벤의 ‘피델리오’는 단순한 공연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아시아 최고의 연주자들이 모여 구성된 아시안 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의 연주는 그 자체로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특히 플루트 연주자 박지은의 탁월한 연주는 정명훈 지휘자의 특별한 인정을 받았으며, 무대 밖에서 울려 퍼진 드미트리 로카렌코프의 트럼펫 소리는 베토벤이 의도한 ‘해방의 신호’를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무대 위에서 펼쳐진 성악가들의 열연 또한 주목할 만했다. 마르첼리나 역의 박소영과 야퀴노 역의 손지훈은 안정적인 고음으로, 돈 피사로 역의 크리스토퍼 몰트먼은 악역다운 존재감으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로코 역을 맡은 베이스 알베르트 페센도르퍼의 섬세한 음악적 표현은 공연의 백미였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무대 뒤에도 아쉬움은 있었다. 플로레스탄 역의 브라이언 레지스터가 맨발로 등장한 것은 극적 효과를 높이려는 시도였지만, 고음 부분에서 다소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레오노레 역의 흐라추히 바센츠가 무대 위에서 악보를 보며 노래한 것은 극적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이러한 작은 틈새에도 불구하고, 정명훈의 ‘피델리오’는 부산 오페라의 새로운 역사를 쓰는 시작점이 되었다. 최소한의 장치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낸 엄숙정의 연출, 그리고 음향적으로 뛰어난 부산 콘서트홀의 특성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이번 공연은 정명훈 감독이 앞으로 부산과 밀라노를 잇는 ‘오페라의 가교’ 역할을 어떻게 수행해 나갈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부산 오페라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되었고, ‘피델리오’는 그 찬란한 서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Reference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6285721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