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리먼브라더스의 애널리스트들은 집값이 3년 동안 매년 5%씩 하락하는 상황을 가정해 손실을 계산했습니다. 위험을 전혀 상상하지 못한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을 단 5%로 봤습니다. 3년 뒤,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습니다.
이 간극은 2008년 금융위기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위험을 계산하는 것과 그 위험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다릅니다. 집값이 계속 오르는 호황 속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 기대했고, 금융상품을 통한 위험 분산과 중앙은행의 개입이 시장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은 위험의 존재를 지우지는 못해도, 그 위험이 얼마나 가까운지 보지 못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자들이 말하는 ‘진단적 기대’도 이 지점을 짚습니다. 사람들은 눈에 띄는 흐름에 지나치게 기대를 걸고, 좋은 소식이 이어질 때는 나쁜 가능성을 낮게 평가합니다.
결국 위험을 몰랐던 게 아니라 믿지 않았다는 말은 단순한 hindsight가 아닙니다. 위기 전에 위험 시나리오가 이미 계산되고도, 그것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과소평가될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위험을 숫자로 적어두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중요한 것은 그 숫자를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느냐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위험을 몰랐던 게 아니라 믿지 않았다—낙관과 공포의 반복
호황기에는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고, 악재가 이어지면 금융시장 전체가 무너질 것처럼 느껴집니다. 『믿음의 위기』는 낙관과 공포가 번갈아 커지는 현상을 ‘진단적 기대’로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새 정보를 접할 때 모든 가능성을 고르게 따지기보다 눈에 띄는 흐름에 과도한 무게를 싣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주택시장이 호황이던 2003~2007년, 일부 지역의 주택 구매자들은 향후 10년간 집값이 매년 8~13% 오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최근의 상승세가 미래에도 이어진다고 본 셈입니다. 반대로 2005년 리먼브라더스 애널리스트들은 3년 동안 집값이 매년 5%씩 하락하는 상황을 계산에 넣으면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5%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위험을 몰랐던 게 아니라 믿지 않았다는 말이 이 대목을 잘 보여줍니다.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뒤에도 시장 전체의 붕괴 가능성은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금융상품이 위험을 분산해 줄 것이고, 중앙은행이 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황기에 위험을 작게 본 심리는 위기가 닥치자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악재에 시선이 쏠리면서 최악의 결과를 지나치게 두려워하고, 공포가 시장의 혼란을 더 키울 수 있습니다.
이 관점은 다음 위기를 막기 위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게 합니다. 최근의 좋은 흐름이 계속될 거라는 확신, 위험이 여러 곳에 나뉘어 있으니 괜찮다는 믿음, 누군가 시장을 구해줄 거라는 기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위험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위험이 실제로 벌어질 가능성을 왜 낮게 보고 있는지 묻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Reference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1033347i
